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갔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오늘 오후까지 일주일간 서울 방화동에 있는 국립국어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첫날 국어원에 등교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로비 한쪽에 세워져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었다. 그 앞에 커다란 화환이 놓여 있었다. '국어원답게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매일 이렇게 정성껏 기리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입교식이 끝나고 나서야 화환이 놓인 이유를 알았다. 스승의 날 '5월15일'은 바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스승의 날을 제정할 때 '겨레의 큰 스승' 세종의 생일을 적용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세종대왕의 생일에 제350기 한글(국어) 교육생으로 입교했다.

필자가 수업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국어전문교육과정'이다. 하루 8교시 닷새 동안에 걸쳐 총 20과목을 배운다. 중학교 시절 이후 다시 접하는 한글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비롯해 공공언어의 이해,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기 그리고 수어(수화) 등을 익힌다. 이 교과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20세기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21세기 문맹자는 마음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말투로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 고운 말, 바른 말, 쉬운 말을 해야 마음을 여는 세상이 되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봤어요.' 그동안 같은 곳에 내걸린 '위험, 절대 뛰지 마시오' 등의 표지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승객들이 이 글귀에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한글을 다시 배우고 나니까 글쓰기가 더 두렵다. 혹시 이 글 중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송부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시정·지역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이제부터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글과 말을 사용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이 지면을 통해 약속한다. 또 실수했다. 공수표는 일본어식 표현이다. '부도수표'가 맞는 단어이다. 어제 배운 것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