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학교 부지 매각 된서리·도시公 별관 증축 백지화 … 원도심 공동화 우려
'깜짝 발표'로 공개된 인천시 신청사와 '루원시티 제2청사' 건립 계획으로 이전 대상에 오른 공공기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원도심에 위치했던 기관들이 짐을 싸면 '도미노 공동화' 현상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문호 인천소방본부장은 17일 인천시의회 제241회 임시회에서 "루원시티 제2청사에 인재개발원이 입주하기로 하면서 부지 매각 계획에 인천소방안전학교까지 포함됐다"며 "소방학교를 루원시티로 옮길 수는 없어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이전 대상지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청사·제2청사 건립 계획을 내놨다. 신청사는 시청 운동장 부지에 짓고, 인천시교육청 이전 거부로 '교육행정연구타운'이 백지화된 루원시티에 8개 기관이 들어서는 제2청사를 신축한다는 내용이다.

<인천일보 5월8일자 3면>

갑작스럽게 제2청사 건립안이 공개되면서 소방학교는 된서리를 맞았다. 이전 기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서구 심곡동 인재개발원에 붙어있는 소방학교 부지까지 매각한다는 계획이 담기면서다. 시는 이전 기관 부지를 팔아 청사 건립비에 보태려고 한다. 정 본부장은 "소방학교 부지도 같이 팔아야 매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혼란에 휩싸인 건 인천도시공사도 마찬가지다. 도시공사는 제2청사 건립안 공개와 동시에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별관 증축 계획을 접었다.

도시공사는 지난해 시가 발표한 교육행정연구타운 입주 기관에 없었지만 이번에 제2청사 핵심 기관으로 들어갔다. 지난 3월 말 시교육청이 이전 거부를 공식화한 직후 시는 도시공사에 청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도시공사는 별관 건물 1~2개 층을 높이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황효진 사장이 취임한 4월 말 제2청사 입주를 결정했다. 유 시장이 건립 계획을 발표하기 열흘여 전이었다.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좌우하는 공공기관 배치가 속전속결로 결정된 것이다.

이들 기관이 떠날 원도심은 줄줄이 공동화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구·남구·남동구·서구 원도심에 흩어져 있던 8개 기관은 루원시티로 집중된다. 기존 청사가 비워지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진다.

제2청사 사업을 주관하는 도시공사 관계자는 "시에서 건립 계획을 발표한 뒤로 아직 진척이 없고, 매각 이후 계획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