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전기·해수공급 중단 … 매출 4분의 1
"생계 막막한데 부정적 여론에 마음고생"
▲ 화마가 할퀴고 간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에 해수가 공급되지 않자, 상인들이 인근 횟집과 가게에서 임시로 해수를 끌어다 쓰는 배수관이 마구잡이로 설치돼 있다. 또 전기가 끊기면서 상인들은 해가 지면 장사를 접어야 한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화재 피해를 입은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상인들이 임시로 파라솔을 치고 영업을 재개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상인들은 자생결의대회를 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전기와 해수가 없어 정상 영업은 불가능한 상태다.

17일 오전 재래어시장은 꽃게철로 북적이던 예전의 5월이 아니었다. 상인들의 터전에는 좌판 대신 파라솔이 세워졌고 시멘트로 매워진 바닥은 배수시설이 없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물로 흥건했다.

일부 상인들은 인근 횟집에서 해수를 빌려 횟감과 꽃게 등을 팔고 있었지만 곳곳에 문을 닫은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생물 병어와 생선 몇 가지만을 가져다 두고 장사 중인 상인 김모(62·여)씨는 이날 문을 연 지 2시간이 지난 정오가 되고 나서야 영업개시를 할 수 있었다. 병어 5마리를 달라던 한 손님은 김씨에게 화재 피해 보상 여부를 물었다. 김씨는 "보상 보다 당장 장사를 제대로 못하는 게 더 문제"라며 "전기가 끊긴 바람에 해가 지면 철수해야 하니 버는 돈도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화재가 나기 전 재래어시장은 오전부터 밤 9~10시까지 영업을 했다. 특히 알이 꽉 찬 암꽃게를 살려는 손님들로 5월은 그야말로 대목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전기와 해수공급이 끊겨 해질 무렵인 오후 6시에는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한다. 게다가 파라솔이 비, 바람 등에 취약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일찌감치 장사를 접어야 하는 처지다.

상인 이모(70·여)씨는 "얼마 전 파라솔이 바람에 쓰러지는 바람에 수습하느라 고생했다"며 "화재 소식에 아예 소래포구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 매출은 예년 4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재래어시장에서 40여년 간 꽃게와 횟감 등을 팔아 자식들을 가르치고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해수가 끊기면서 건새우로 판매 업종을 변경해야 했다. 그는 "해수 없는 장사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장사가 예년 같지 않아 물건 값이나 겨우 치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국가어항과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기 전까지의 생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십 년간 매일 같이 재래어시장에 나와 장사를 했기 때문에 당장 살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송모(54·남)씨는 "상인회 회장단도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시원스럽게 해결되는 부분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상인들은 시장에서 장사만 하던 사람들이라 지금 상황이 더 갑갑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구에서 대책 없이 좌판도 허용 안하고 해수와 전기를 끊어버렸다.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거센 재래어시장에 대한 시선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전했다.

김용희 소래포구발전협의회 부회장은 "상인들이 국유지에서 장사를 했다고 해서 세금도 안내고 불법으로 영업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인터넷 등에 마치 상인들이 법 없이 영업을 해온 것처럼 댓글이 달려 있어 다들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회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제대로 영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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