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 만들어 달라" 3만5000장 포스트잇 열망반 페미니즘 놓고 격돌도
▲ 17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거리 입구에서 열린 '강남역 살해사건 1주기 추모행사'에서 수원여성회와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보호 없이도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1주기를 맞은 17일 오후 수원역에서는 묻지마 살인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20대 여성을 추모하기 위한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5월17일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김모(35)씨는 A(23)양을 잔혹하게 살해해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당시 김모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말해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이 김모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한 후에도 사건은 여성혐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강남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남성을 혐오하지 말라', '페미니즘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추모객 간 싸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혐오를 멈춰달라며 밤샘토론을 벌이고, 추모공간에 3만5000여장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1주기를 맞아 수원여성회 등 7개 지역시민사회단체는 이 날 '보호 없이도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멈추라'는 피켓을 들고 수원역 로데오거리와 수원역 지하를 행진했다.

이날 수원시민의 목소리가 담긴 포스트잇 붙이기 행사도 펼쳐졌다.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여성에게 조심할 것을 강요하지 말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혐오와 폭력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화장실만 바꾸지 말고 생각을 바꾸기' 등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에 열망을 담았다.

서주애 수원여성회 사무국장은 "짧은 옷을 입고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을 성희롱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져 안전한 세상이 오는게 우선"이라며 "나아가 양성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1년 전 강남으로 출근하던 안태진(30)씨는 이날 행진에 참여해 "강남역 살해사건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 저지른 안타까운 사고이다"며 "위험한 환경에 처한 약자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여성혐오와 반 페미니즘 논란으로 번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4월13일 김모씨에게 살인혐의로 징역 30년형을 확정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