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아버지가 이상해>는 희한한 주말 드라마였다. 내가 본 에피소드는 동거와 관련된 것이었다.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던 변혜영(이유리 분)이 엄마에게 잡혀 집으로 끌려온다. 변혜영의 부모는 딸이 동거했다는 사실로 거의 억장이 무너지다시피 한다.
여기서 부모가 느끼는 '배반'은 딸이 동거 사실을 감춰서가 아니라 그저 '동거'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변혜영은 성숙한 성인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각자의 판단과 합의 하에 동거를 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지 모르겠다고 밝힌다. 동거에 대한 견해 차이는 단지 '다름'의 문제임에도 부모는 딸의 선택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며 죄악시한다. 이런 마당에 동거 의지를 밝히고 설득하는 과정이 지난했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변혜영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고 말하면 어떻게 부모를 거역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역'이라니?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은 오로지 자기에게 있다. 앓아 낳고 애지중지 키운 부모의 사랑은 그 자체로 값지다. 그러나 자식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은 채 동거를 금지하고 결혼을 강요하고 출세를 요구하는 식으로 희생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는 없다. 부모로서의 해야 하는 마지막 역할은 자식을 부모에게 귀속된 사람이 아니라 한 명의 개인으로 인정하고 그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일이다.
특히 '딸'에 있어 동거를 죄악시하고 동거를 한 이상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요구는 곧 '아버지'로 대변되는 가부장사회로의 흡수를 요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아버지'의 사회란 '이상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드라마 #아버지가이상해 #동거 #자기결정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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