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균 박사, 스페인 협동조합 경영패턴 분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각종 구제금융을 받으며 유럽의 '돼지(PIGS)'로 불렸던 국가들(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스페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 안에서도 특히 북부 바스크 지역 몬드라곤에 기반을 둔 몬드라곤 협동조합(MCC)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석유난로공장으로 시작해 몬드라곤 건설(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건축했다)을 비롯해 에로스키(Eroski), 파고르(Fagor) 등 유수 기업을 포함하는 250여개의 사업체로 구성돼 전기, 자동차, 철강, 공작 기계, 서비스, 유통, 금융, 교육 분야를 포함 스페인에서 7번째로 큰 기업이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기역행적인 투자와 경기비탄력적인 고용 패턴이다.

제너럴 모터스(GM)와 도요타 등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지고, 그리스가 알짜 국영 가스회사를 내놓는가 하면 포르투갈은 국영 항공사를 팔겠다고 하는 등 세계경제가 경기악행을 거듭할 때에도 MCC는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최소한의 해고로 회사와 직원을 지켜왔다.

남승균 인천대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는 이 같은 패턴을 유심히 봤다.

지난해 6월 발표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 '지역경제의 내발적발전과 사회적경제조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의 실업률이 2013년 26.9%까지 치솟을 때 MCC의 고용은 2007년 9만3841명에서 2013년 7만4060명으로 하락한 뒤 다시 증가를 시작해 2015년에는 7만5335명으로 회복되고 있다.

또 2013년 MCC의 파고르 전자회사가 폐업하며 2000여명이 해고됐을 때에도 비조합원과 희망퇴직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룹 내 다른 협동조합으로 배치가 됐다.

인천의 사회적경제는 어디쯤 왔을까.

인천시에는 500여개에 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과 4300여명의 고용이라는 정량적 성과가 있다.

남 박사가 지난해 5월 98곳의 사회적경제 운영진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요인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들 고용의 대다수가 인천시민으로 구성돼 있었다.

또 이들 사회적경제 조직의 판매 또는 제공, 원부자재 구매 등이 주로 인천지역 내에서 이뤄졌기에 이들은 지역 내 경제에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남 박사는 분석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지역 내 자본이 지역 내에서 흐를 수 있게 하고 이는 지역의 선순환경제와 지역 내 재투자력을 포함하는 경제조직이라는 뜻이다.

남 박사는 이 같이 지역경제와 밀접한 조직을 인천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사회적기업에 대한 물품구매현황을 살펴보면 인천시의 사회적경제 공공구매율은 1.26%로 전국평균(1.8%)에도 못 미쳤다.

인천시가 사회적경제를 적극 육성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남 박사는 "사회적자본의 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행정적, 제도적 체계를 마련하고 네트워크를 정비해야 하며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천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가는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는 사회적경제를 인천지역경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단순한 보완적 접근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환하고, 사회적자본의 확장정책을 통해 지역사회의 관계를 상호 신뢰하는 공동체적 관계로 만드는 중장기적 과제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