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각에 저가제품 꺼려
아이 키우는 집 허리 '휘청'
"창문만 열면 열심히 팬 돌리는 공기청정기 보면서 '잘 샀다' 생각 들다가도…."

5개월 된 아기 엄마 김현정(29·인천 부평구)씨는 얼마 전 80만원짜리 공기청정기 두 대를 마련했다. 아기 키우는 집에선 한 대로는 어림도 없다는 업체 직원 얘기를 듣고 결심한 일이었다.

김씨는 "미세먼지 난리 때문에 아이 폐 건강 생각해서 무리해서라도 사는 게 맞겠다 싶어 할부로 구입했다"며 "남편이랑 둘만 살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00만원 이상 주면 초미세먼지까지 잡아주는 공기청정기를 살 수 있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극성인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아이 있는 집들은 요즘 허리가 휠 지경이다.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느라 지출이 커지고 있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에게 좋은 공기를 보장하려면 가장 먼저 지갑부터 여는 수밖에 없다.

부모 경제 수준에 따라 지출 범위도 천차만별이라 저소득 가정에선 위화감으로 다가오는 측면도 있다.

16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 가전제품 전문 매장에는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의 공기청정기가 진열돼 있었다. 육아에 적합한 제품을 권해달라고 하자 담당 직원은 "50만원 밑으로는 보시지 말라"고 추천했다. "저가 공기청정기는 성능이 떨어져 아이 생각해 돈 아끼지 않는 추세"라는 설명도 붙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기청정기가 육아 필수품으로 자리하면서 일주일 안에 물건을 받기 힘들 정도로 주문이 밀려있다"며 "아무래도 어린 자녀 건강이 걸려 있는 부분이라 비싼 모델 찾는 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가전업계와 마찬가지로 대기 질이 악화할수록 키즈카페 등 실내놀이터 매출은 올라가고 있다. 아이들이 주로 뛰놀던 놀이터나 공원은 미세먼지에 노출된 상황에서, 집에만 있을 수 없는 부모들은 돈을 내고라도 실내 놀이시설 찾는 것이다.

부평에 있는 한 키즈카페 운영자는 "고가 공기청정 시스템을 도입한 뒤 엄마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 매출만 따지면 평소보다 30%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5살, 3살 아들들을 둔 회사원 정모(34)씨는 "고가 유모차, 한 달 몇백만원짜리 사교육과 달리 이 문제는 아이 건강을 위한 소비라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냐"며 "다른 집처럼 좋은 공기청정기를 못 사주고, 집에만 있게 하다보니 괜히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