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중국 당나라 시절 두보와 함께 쌍벽을 이룬 이태백은 시선(詩仙)으로 불린다. 시에 관한 한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그런 그의 재능은 오직 하늘에서 부여받은 것도 아니고, 타고난 것만도 아닌 듯하다.그가 빚어내는 시는 엄청난 노력과 부단한 수련의 결과이다. <당서>에 실려 있는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고사는 이렇다.

이태백이 상의산에서 계속되는 공부에 염증을 느껴 그만 하산을 한다. 한참을 산에서 내려오는데 한 노파가 냇가에서 도끼를 열심히 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태백이 궁금해서 물었다. "할머니, 대체 무얼 하고 계신 건가요?" 그러자 노파는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고 있지요"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힌 이태백이 "도대체 그 도끼를 갈아서 언제 바늘을 만들려 하십니까?"라며 책망하듯 묻자, 노파는 "아무렴, 당연히 되고말고. 하다가 그만두지만 않으면 당연히 되고도 남지"하고 말했다. 노파의 이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 이태백은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진정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뼈를 깎는 노력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실패의 원인은 단순히 능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중도에 포기하는 나약함 때문일 수 있다. 이태백은 젊은 시절 '마부작침'의 각오로 공부했기에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순자(荀子) 또한 같은 맥락에서 부단한 노력을 강조한다. "멈추지 않고 새기면 쇠와 바위도 조각할 수 있고, 자르다 멈추면 썩은 나무조차 끊을 수 없다. 반걸음, 반걸음 쉬지 않고 걸어가면 절름발이도 천리를 갈 수 있고, 한 줌 흙이라도 끊임없이 쌓으면 언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히 뒤따라야 한다. 합당한 노력과 과정도 없이 바라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또한 간절하게 원한다고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충실하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이처럼 작은 노력이라도 하루하루 꾸준히 하게 되면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채근담>에도 같은 논지의 주장이 보인다. "노끈으로 톱질해도 나무를 자를 수 있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낼 수 있다.(繩鋸木斷 水滴石穿)" 노끈과 낙숫물이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계속하면 위대한 큰 일을 할 수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의 결실은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노력이 오랜 시간 쌓이게 되면 엄청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영어 문화권에도 이와 비슷한 '슬라이트 에지(Slight Edge)'라는 말이 있다. 위대한 일을 이룬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그 시작 단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차이가 처음 시작할 때는 미미하지만 시간이 지나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까마득히 벌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만 더 잘하기 위해 날마다 작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위대한 일을 성취할 수 있다.

많은 위대한 일은 얼마나 큰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신과 태도로 얼마나 최선을 다해 끈질기게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자녀들이 조금 늦었다고 속상해 하지만은 말자. 체념도 말자. 인생의 성패는 누가 더 빨리 가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참고 견디느냐가 결정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