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국립생물자원관 탐방 나들이' 마련 "잠시나마 마음의 짐 덜기를"
그들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깨끗한 가습기를 쓰겠다던 소박한 마음이 끔찍한 아픔으로 돌아온 '가습기 살균제 참사'. 법원은 올해 초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 관계자들에게 1심 선고를 내렸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은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14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이러한 아픔을 잠시나마 잊기 위한 '국립생물자원관 탐방 나들이' 행사가 열렸다.

피해 아동과 가족들이 견학과 소풍을 즐기는 자리였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함께 했다.

인천에서 사는 경호(15)군은 이날 아침 일찍 아버지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나섰다. 모처럼 맑고 파란 하늘이 경호를 반겼다. 경호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장애인으로 태어나는 아픔을 겪었다.

멀리 경기도 의정부에서 온 수민(12)이는 일찌감치 자원관 식물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아빠와 함께 영국 런던까지 다녀왔던 나래(11), 아빠와 함께 이날 자원관에 온 다현(11)이 등 4명의 피해 어린이가 이날 행사에 함께했다.

모두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섬유화, 천식, 뇌성마비 등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었다.

이날 이들은 백운석 자원관 관장의 안내에 따라 자원관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자원관 임시수장고에서 백령도 물범의 실물 박제를 보거나, 거대한 거미와 메뚜기 모형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곤충생태관, 어류·조류·포유류 전시관을 방문했다. 이날 하루 자원관은 피해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피해 어린이들은 몸이 아프다보니 소풍 다니기도 쉽지 않아 이런 행사를 계획했다"라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고 함께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1월까지 누적된 인천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392명이다. 이 가운데 89명이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4월 기준 전국 피해자 수는 총 5566명에 달한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