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봄,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언제나 기대를 품고 새로운 희망을 그리게 되는 계절이다. 길가에 핀 노란 개나리, 선홍빛 진달래꽃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새내기처럼 꿈과 설렘을 갖게 된다.

얼마 전 봄을 맞아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에선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형형색색의 야생화와 들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새싹들이 보란 듯이 피어나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제비가 올 때쯤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제비꽃', 꽃 모양이 옛 여인들의 혼례의식 때 쓰던 족두리와 비슷해서 붙여진 '족두리풀', 갈라진 열매 모양이 햇볕에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고양이 눈과 비슷해서 붙여진 '괭이눈' 등 … 산과 들에 자라난 들꽃들을 바라보며 이름을 알아가는 순간들이 흥미롭다.

그러던 중 지천에 널려있어 시선이 가지 않았던 쑥이 눈에 띄었다. 쑥의 향기를 맡고 있자니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먹을 것이 귀하고 어렵게 보릿고개를 넘기던 그 시절. 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동네 아낙들은 함께 산들에 돋아난 쑥을 뜯어와 버무리로, 떡으로 만들어 배를 곯고 있던 자식들을 먹이곤 했다. 봄의 향기를 머금은 들풀이 온 가정의 귀한 식량이었다. 그때는 지겹기도 했던 쑥 향기가 이제는 그리운 추억의 향으로 느껴졌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봄의 정취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돌아보기에 좋은 계절이다. 특히, 아름다운 봄꽃을 보고 있으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생활의 활력을 얻는 느낌이 든다. 봄이면 가족, 친지들과 함께 꽃 나들이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오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매립지의 녹색바이오단지 내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야생화 꽃들을 둘러볼 수 있는 '봄나들이 개방행사'를 진행한다. 평상시에는 안전관리 등으로 인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지난 2012년 '드림파크 봄 꽃밭 개방' 이후 많은 시민들의 계속되는 요청으로 5년 만에 다시 열게 됐다.

녹색바이오단지는 야생초 화원, 자연 학습 관찰지구, 습지 관찰지구, 억새원, 자연 생태연못 등으로 이루어진 생태체험 공원이다. 이 친환경 공원에는 약 300여종의 식물 66만본이 피어 있다. 말 그대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밭이다. 특히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경작한 약 4만㎡의 대군락 유채꽃밭은 노오란 유채꽃들을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웃음이 묻어나는 것 같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활짝 열게 하는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녹색바이오단지가 과거에는 바다를 간척해 연탄재 등의 매립지로 사용했던 곳이란 점이다. 식물이 자라나기에 적합하지 않은 불모지였지만 염분이 올라오지 않도록 배수층 등 기반 시설을 만들고 그 위에 양질의 흙을 덮어 꽃들이 피어나기에 적합하도록 조성했다. 이 기적의 땅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위에 피어난 야생화들의 생명력에 저절로 감탄을 하게 되는 공간이다.

특히 이번 '봄나들이 개방행사'에서는 야생화와 봄꽃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공연이나 음식점 등을 유치하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자연스러움'을 모토로 야생화 단지 내 잔디밭 등 모든 장소가 출입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바쁜 일상으로 먼 곳 나들이를 가지 않고도 가까운 도심 속 봄의 정원에서 부담 없이 봄꽃을 즐길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소박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드림파크로 봄나들이 떠나보는 건 어떨까. 봄의 향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싱그러운 풀내음이 만연한 꽃밭을 배경 삼고 바람 소리 새 소리를 음악 삼아 평소에는 전하지 못한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