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영업적자를 견디지 못한 경기지역 영세상인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퇴직 후 일자리 찾기 어려운 환경, 저성장 기조 장기화 등 '국민 생활경제 적신호'와 맞물리면서 영세상인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늘어나는 영세상인
낮은 취업률, 경력단절, 조기퇴직과 고령화 등의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가 매년 늘고 있다.
14일 경인지방통계청의 '4월 경기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 종사자는 전년대비 8만2000명 늘어난 126만7000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도민 10명 중 한 명 꼴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수치이다.
종업원을 두지 않은 1인 자영업자수는 2014년 11월(85만9000명) 이후 가장 많은 85만4000명을 기록해 무급가족 종사자 또한 전년(19만명)보다 17.7% 크게 늘어 22만4000명을 나타냈다.

#장기불황 '터널' 끝은 어디
소비자 지갑은 소상공인을 향해서는 꽉 닫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이후 3년간 소비자 물가지수가 5.6% 오르는 사이 중소유통 매출은 105조7000억원에서 101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외식업체 경영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예상경기' 조사 수치인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 또한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의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 역시 올해 1분기 65.14로 지난해 4분기(65.04)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015년 4분기 73.69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민 경제 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구내식당업, 치킨전문업, 제과업 등의 가파른 내림세는 서민의 꽁꽁 언 소비심리를 바로 보여준다.

#창업과 함께 '폐업' 줄타기
소상공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0명 가운데 7명이 채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식당 여관 등 음식·숙박업의 절반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생존율' 자료를 보면 2008년 창업 이후 2013년까지 영업을 이어 온 '생존율'은 29.0%에 불과했다. 창업 1년차 생존율이 60.1%로 첫 해에 이미 40%가량이 문을 닫았다. 숙박·음식점업의 생존율은 1년 만에 55.6%, 5년차 때는 17.7%까지 생존율이 떨어졌다. 금융·보험업도 1년차 생존률 45.7%에서 5년차에는 13.9% 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폐업하지 않는 영세상인들도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를 보면 2012년말 약 250조원이던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해 말 670조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소상공인을 더욱 옥죄고 있다.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에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 등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를 도입해 시장 내 과열경쟁을 막고, 적합업종 해제품목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도시계획단계에서 복합쇼핑몰의 입지를 일부 제한하고, 대형할인점과 같은 수준의 영업 제한과 의무휴무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군포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한(34)씨는 "월급은 너무 낮게 오르고 물가는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면도기 하나 살 때도 가격을 따지고 있다"며 "국내보다 해외여행이 더 저렴한 상품이 많은 것을 봐도 높은 물가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섭 수원 구매탄시장 상인회장은 "대기업이 마트형 슈퍼마켓과 같이 전통시장 주변 곳곳을 파고들어도 전통상인들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선거철 표심확보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