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아파트 입주민 "폭발음에 아이 실신" 피해 호소
일부현장 소음 기준치 초과…시, 행정처분 통보 조치
건설사 "방음시설 등 보강·주민과 충분한 협의 할 것"
▲ 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북수원민자도로) 건설 시공사인 대림산업(주)이 터널 발파공사 중 소음 기준치를 초과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14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자이테라스 아파트와 약 100m 떨어진 터널 공사현장 입구에 소음저감 시설이 설치돼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폭발 때문에 어른들은 놀라 자빠지고 아이들은 기절하고 … 우리 아파트가 전쟁터가 됐습니다."

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북수원민자도로) 건설 시공사인 대림산업(주)이 시공과정에서 소음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발파공사를 벌이면서 인근 아파트의 어린 아이가 실신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4일 수원시에 따르면 북수원민자도로 터널 발파 영향권 안에 있는 광교 파크자이 더테라스(자이테라스) 아파트에서 폭발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입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광교 웰빙타운 안에 있는 자이테라스는 시골마을처럼 조용한 주거단지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로부터 약 100m 떨어진 북수원민자도로 터널공사현장에서 폭약을 넣어 터트리는 거대한 폭발음이 전해지면서 '전쟁터'로 변했다.

해당 아파트와 인접한 이 곳 공사현장은 산으로 둘러쌓여있는 지형 탓에 장약공 내에서 폭약이 폭발하면 '퍼엉', '콰앙'하는 충격성소음이 메아리치듯 울리고 있다.

대림산업은 3월초부터 총 연장 890m 길이의 터널을 뚫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시험발파에서 소음은 주거단지에 대한 발파 기준(75db)보다 낮은 60db를 작게 넘긴 수준이었다.

그러던 4월들어 이 곳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폭발음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달 말 수원시, 대림산업, 자이테라스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발파소음 조사에 나선 결과 소음지수가 기준치를 초과한 76~77db 수준으로 측정됐다. 시험발파 시기보다 무려 20db 가까이 증폭된 셈이다.

시와 대림산업은 터널 갱구를 막 뚫기 시작한 초반 공사에 지반여건까지 악화된 것을 소음증폭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890m 길이 가운데 43여m 뚫린 현재 공사현장 암질은 가장 단단한 수준인 '5단계'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이 이같은 주민피해를 예상하고도 공기단축을 위해 공사를 강행해 논란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자이테라스 아파트가 매일 충격적인 폭발음으로 뒤덮이면서 어른, 아이, 노약자를 불문하고 발파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악몽, 공포, 불안, 강박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의 한 노인은 "월남전에 참전한 이후 이런 폭발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무서워서 외출도, 잠도 못자겠다"고 분노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유모차에 타고 엄마와 함께 아파트 인근을 산책하던 생후 15개월된 남자아이가 발파소음에 놀라 밤새 울다 결국 실신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이 아이는 이후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사고를 당한 아동의 아버지는 인천일보와 통화에서 "아기와 엄마가 그날 산책하면서 건너편의 민자도로 공사현장의 폭발충격을 그대로 받았다"며 "병원 등에서 발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라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발파영향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가 지속되자 수원시는 대림산업에 향후 소음·진동 등 환경기준을 초과할 시 엄격한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부직포, 살수시설, 고무패드 등 발파소음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발파하고 있는데, 공사 초반 갱구에서의 발파는 소음이 불가피하게 컸다"며 "이달 중으로 발파방음벽을 설치하고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