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인천의 아들 … 개천에서 용 났지 ~ 워"
▲ "앞으로 구월동에 리듬파워 이름을 걸고 술집도 차리고 숙박업소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힙합 그룹 '리듬파워'가 자유공원에서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개천에서 용 났지. 안상수보다 더 인천시장 같지~ 워!" 힙합 그룹 리듬파워는 얼마 전, 몇 년 만에 신곡 '방사능'을 발표해선 이런 랩을 뱉었다. 인천에 대한 그들 애착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2014년 선보인 앨범 가운데 이름이 '월미도의 개들'인 것도 있다. 그동안 내놓은 수십 곡 중 '인천' 안 들어간 노래 찾기가 힘들 정도다. 멤버들이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해서도 끊임없이 '인천'을 외치는 걸 보면서 '인천에 무슨 신세를 졌는지는 몰라도 굉장한 의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공적 때문에 적어도 인천에서 리듬파워 위상이 인천시장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믿는 팬들도 실제로 있다. 물음표는 '안상수'에서 떴다.

▲2017년 인천시장은 유정복이고 이전엔 송영길 국회의원입니다. 안상수 국회의원 인천시장 시절은 7년이나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지구인 : 저희와 같은 1986년생들은 안상수 전 시장 때(2002년~2010년) 학창시절, 20대 초반을 거쳤습니다. 인생에서 제일 강렬한 인상을 받는 시기죠. 인천시가 빚더미에 앉으며 굴곡을 그릴 동안 우리 셋도 인천 인하부고에서 만나 20살엔 팀을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했습니다.

▲지구인, 보이 비, 행주 활동명이 독특합니다. 본인들 사장님이기도 한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개코'처럼 학창시절 별명인가요.

-행주 : 사내들 별명이 다 그렇듯 별 뜻은 없습니다. 본명이 윤형준인데 발음이 비슷해서 행주네요. 방송에서는 '행복을 주는 남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구인 : 하는 짓이 특이하다고 친구들이 외계인이라더니 언젠가 최신형 MP3 들고 학교 가니까 속세 때 묻은 제게 실망했는지 지구인으로 부르더라고요.

-보이 비 : 본명이 김성경이라 바이블 킴에서 여차저차 보이 비까지 왔습니다.

▲리듬파워부터 지난해 화제가 된 비와이와 씨잼까지 모두 인하부고 출신입니다. 학교에 힙합의 기운이라도 서려 있는 게 아닐까요.

-지구인 : 학창시절 원래는 록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셋이 같은 반이 되면서 보이 비와 좋아하는 밴드가 겹치는 걸 알았고,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행주랑 자연스럽게 엮이게 됐네요.

-행주 : 보이 비가 특히 흑인 음악을 좋아했고 그게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셋 다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교실 뒤에서 맨날 랩 따라 부르고 성에 차지 않으면 학교 끝나고 인하대 후문 노래방으로 출근 도장 찍었죠.

-보이 비 : 유도를 했던 행주를 빼면 우린 반에서 평범한 학생에 속했습니다. 지구인은 반에서 1등 할 정도로 공부도 잘했고, 저도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사고는 대학 입학하던 2005년에 쳤죠. 저랑 지구인은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행주는 용인대를 다녔으니까 주말마다 인하대 후문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그러다가 4월쯤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팀을 결성했습니다.

-지구인 : 인하대 후문 근처 안주 2개를 5000원에 줬던 지하 술집으로 기억나네요.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桃園)에서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가 떠오르는데.

-지구인 : 동감합니다. 다들 멀쩡하게 대학 들어가 놓고 갑자기 음악하려니까 힘들어 함께 시름 달래려고 인하대 후문에서 술 참 많이 먹었는데…. 그러고 보니 인천대 축제에선 공연을 해봤어도 정작 인하대에선 아직 불러주지 않네요.

인천 출신 가수는 흔하다. 송창식부터 요즘 유명한 그룹 씨스타 효린까지 셀 수 없다. 그중 대놓고 지역색 드러내는 거로 치면 리듬파워 만한 팀도 없다. 리듬파워 멤버들이 살던 곳은 남구.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은 삼미, 태평양, 현대를 거쳐 지금은 SK.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김경기. 직접 물어볼 것도 없다. 리듬파워 음악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월미도, 차이나타운, 소래포구 등 인천의 명소를 배경으로 B급 정서를 연출하며 리듬파워 음악 색깔을 온전히 보여줬다. 지난 4월 'week&금요초대석'에 야구 해설자로 변신한 김경기 선수가 실렸다고 알려주니 멤버들이 흥분하기도 했다.

-보이 비 :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한 래퍼는 리듬파워가 최초입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셋 모두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게 바탕입니다. '우리 인천 출신이고, 인천이 짱이야!'라는 메시지 속엔 인천의 멋을 알아주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죠.

-행주 : 제가 자부하는 인천의 멋,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노을이 지는 서해안을 등지고 어떤 공장 굴뚝이 연기를 뿜는 장면. 이런 감성이 인천만의 것으로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감성을 사랑합니다. 2007년 공장 다니면서 번 돈으로 산 마티즈를 아직 팔지 않았습니다. 방사능(리듬파워의 언더그라운드 시절 이름) 시절에는 항상 이 차로 행사를 다녔죠. 20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평생 갖고 갈 겁니다. 이 마티즈에 대한 애착과 인천에 대한 애착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지구인 : 부산이나 대구, 광주 사람들보다 인천사람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나 관심이 좀 덜한 게 사실입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70~80년대 인천에 공장단지 조성되면서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오셨던 분들이라 더 그런 것 같고요. 리듬파워는 인천 사람들끼리 모여 다른 지역 사람들을 배척해야 한다는 지역주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인천을 사랑하자는 거죠.

리듬파워 뮤즈는 인천이라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앞으로 구월동에 리듬파워 이름을 걸고 술집도 차리고 숙박업소도 내고 싶다는 바람은 꼭 인천과 끝까지 가겠단 각오로 들렸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