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국 김포담당 기자
경마는 우리나라의 합법적 사행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 경마구락부가 1922년 설립되고, 1928년 신설동에 5만평 규모의 정식 경마장이 조성되면서 당시 신문들은 경주가 열릴 때마다 결과를 앞 다퉈 보도했다.
일본 등 외국인과 지식인, 고관들의 전유 놀이였던 경마는 당시 볼거리가 없었던 일반 시민들에게 최고의 볼거리였다.

경마에 대한 열기는 전쟁의 참화가 복구되는 기간에도 식지 않았다. 1954년 5월 뚝섬경마장이 문을 연데 이어 외국의 장외발매소를 본 떠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장외발매소가 명동에 1957년 9월 개장했다.
5·16 군사정변 후 문을 닫았지만 이때의 장외발매소는 유선전화를 뚝섬경마장과 연결해 스피커를 통해 경마실황을 중계하는 '귀로 듣는 경마'였다.

김포시가 지난해 김포물류단지(경인아라뱃길 경인항)에 내 준 마권 장외발매소 유치동의서를 놓고 입주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물류와 관광활성화를 위해 국비를 들여 조성한 곳에 사행성 조장 우려가 있는 화상경마장 유치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입주기업과 근로자들의 경영 및 근로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유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을 조성한 국토교통부도 경인항 물류단지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인력고용 효과와 부족한 문화공간 확보, 경인아라뱃길 시설인수와 함께 연간 30억원에 이르는 시설관리비 부담 해소 방편으로 유치를 동의한 김포시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경마는 1분20여초라 짧은 시간 안에 스트레스 해소와 행운을 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데 묘미가 있다.
'도박이냐. 레저냐'라는 논란도 여기서 시작됐다. 한때 '달리는 도박장' 이란 불명예를 받기도 했던 과천경마장이 주말마다 경마를 함께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경마 팬이 늘면서 레저 문화공간으로 한 몫하고 있다.

마사회는 이 같은 본장의 상황과 다르게 혐오시설 취급을 받고 있는 장외발매소 인식개선을 위해 관람객 편의 증진과 이미지 제고 방안으로 극장과 같은 지정좌석제를 확대하고 있다.
경마 없는 날에는 시설을 문화센터 등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장외발매소는 여전히 레저활동 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레저공간으로 활용가능한 경마장 건설보다 베팅 이미지가 강한 장외발매소 확대정책 때문이다.
선진 경마국처럼 '도박이 아닌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변화밖에 없다.
김포물류단지 장외발매소 설치는 마사회 이사회 의결과 농림축산식품부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