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아버지 바람따라 사재털어 '전시관' 설립·12년째 운영
이경종·이규원·이근표 "오래 기억되도록 곳곳에 세우고파"
▲ 인천학생 6·25 참전관 개관식에서 인천 출신 학도병 이경종(중간) 옹과 아들 이규원(오른쪽) 원장, 손자 근표씨 3대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학생 6·25 참전관
아버지는 6·25전쟁 참전 학도병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 받기를 원했고,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 사재를 털어 학도병 사연을 담은 전시관을 만들었다.
손자도 두 사람의 뜻을 이어받아 학도병 알리기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천 출신 학도병 이경종(83) 3대의 이야기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오로지 이경종 부자의 노력으로 지어진 '인천학생 6·25 참전관'이 12월18일 설립 13주년을 맞는다.

이경종 옹의 아들 이규원(55) 이규원치과 원장은 2004년 12월18일 인천 중구 신포시장의 한 건물 3층 80평을 임대해 참전관을 처음 열었다.
아버지가 1950년 6·25전쟁 당시 참전하기 위해 인천에서 부산으로 내려간 날인 '12월 18일'을 기념하고자 설립일을 같은 날로 정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7일 "아버지는 16살이란 어린 나이에 전쟁에 참여하려고 인천에서 부산까지 걸어 내려갔다"며 "학도병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아버지의 의지를 담아내기 위해 12월18일에 맞춰 참전관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참전관은 이 원장이 운영하는 치과 건물(인천 중구 우현로 소재) 1·2층으로 옮겨졌다. 규모는 150평으로 더 커졌다.
참전관에는 학도병의 사연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추모의 벽'과 생존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추억의 벽', '기억의 벽' 등 3개의 공간이 들어서 있다.

하루에 치과 방문 환자 30명이 전시물을 관람했다고 가정하면, 참전관이 설립된 지 12년이 넘은 현재 최소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전관을 둘러본 셈이다.

'학도병의 살아 있는 역사' 이경종 옹은 참전관에 가는 것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처럼 어린 나이에 총을 잡아야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이 원장은 지난달 18일 아버지 생일을 맞아 참전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로변 건물 1층에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역사 이경종 기록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하늘땅처럼 오래 이어갈 겨레는 끝없는 충성을 나라에 다하고, 자손만대를 오래 이어갈 집안은 먼저 어버이께 효도를 다한다'는 시가 있다"며 "이 시의 구절처럼 아버지의 '충효'를 끝까지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게 아들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아들 근표(29)씨도 참전관의 부관장을 맡는 등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학도병 알리기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원장은 "아들이 할아버지의 6·25전쟁 참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역사에 무관심한데 집안 사업으로 생각하고 도와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 원장의 장기적인 목표는 인천의 각 지역마다 참천관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참전관이 있으면 학도병을 알게 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학도병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eh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