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했지만 전후 영국의 분위기는 매우 침체되어 있었다. 바로 그 때 놀이터 운동가였던 앨런 남작 부인은 놀이터 바꾸기 운동을 시작했다. 새롭게 만든 놀이터를 본 사람들은 놀이터가 너무 위험하지 않냐고 비판했지만, 그녀는 "영혼이 부러지느니 차라리 다리가 부러지는 게 낫습니다. 다리는 언제든 고칠 수 있지만 영혼은 그렇지 못하니까요"라고 말했다. 나 역시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이 말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부모가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제 자식의 팔다리가 부러지길 바라겠는가? 그러나 오랫동안 놀이문화와 놀이시설을 연구해온 수전 G. 솔로몬은 <놀이의 과학>에서 위험한 놀이터를 주장하며 "오늘날의 놀이터는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여지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함께 일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라고 현대식 놀이터를 비판한다.
오래전 놀이터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독립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최초의 장소였고, 상상력을 키우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학습하는 장소였지만, 오늘날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모험심도, 독립심도 키워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최근 인천시 동구청은 지난 10년여에 걸쳐 예술가, 주민, 어린이들이 합세해 만든 생태놀이시설을 기습 철거해 갔다. 이 놀이시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산실지원사업'의 일부로 작가와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구와 협의 없이 설치된 불법 시설물이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타 지역에선 찾아와 보고 배우려고 애쓰는 시설을 막상 그 지역에선 이토록 천대하니 인천이 문화융성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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