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권 군포경찰서 교통조사관, 통화로 30대 男 자살 막아
▲ 남다른 기지를 발휘해 30대 자살기도자의 목숨을 구한 엄용권(오른쪽)조사관과 방혜남 조사관.
30대 남성이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자신의 교통사고 조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으로 목숨을 건졌다.

군포경찰서 교통조사계에 근무하는 엄용권(32·경장)조사관은 지난 24일 밤 10시33분쯤 한 남성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3개월 전 사건관계인으로 만나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으로 조사를 받았던 A씨(33)였다.

'음주운전 누명으로 억울한 상황이 생길 뻔했는데 엄 조사관이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현장 CCTV 등을 통해 사건 당일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해 무고함을 밝혀줬다'며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엄 조사관은 순간 '마지막 인사'라는 A씨의 말에 이상 징후를 알아차렸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A씨와의 통화를 유도하면서 옆에 있던 방혜남(32·여·경사)조사관에게 메모로 현재 상황 등을 알려주며 112신고 하도록 즉각 조치했다.

이어 경찰은 위치추적을 통해 A씨가 서울 마포대교 부근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엄조사관은 A씨의 위치 확인 후 즉시 신변 확보를 위해 서울청에 공조를 요청했고, 한편으로 A씨의 이야기를 자상하게 들어주며 설득과 공감으로 약 50분 동안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서울청 현장 경찰관으로부터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엄조사관은 통화를 종료했다.

결국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엄 조사관의 기지로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A씨는 가족에게 인계됐다.

엄조사관은 "경찰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했을 뿐이고, 젊은 사람이 좌절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소회를 밝히면서 "앞으로 용기를 갖고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