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기 경남여객 5001번 광역버스 승무원 '칭송' … 어울림봉사대 대장 활동도
경남여객의 광역버스 5001번을 운전하는 버스승무원 민성기(57)씨는 '친절한 성기씨'로 불리며 칭송이 자자하다.

운전대를 잡은지 30여년째 외길을 가고 있는 민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특유의 친절 철학 때문이다.

민씨의 친절은 수십년간 쌓인 자산이기도 하다.

친절의 시작은 버스기사의 고단함과 짜증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간단한 인사였다.

민씨 특유의 순수하고 긍정적인 성품이 고안해낸 처세법일 것이다.

민씨는 지난 1993년 10월 지금은 사라진 완행버스를 운행했던 때가 가장 힘들고 고단했다고 기억한다.

용인터미널에서 오산터미널까지 오가는 장거리 운행에 울퉁불퉁 시골도로를 달리면서 주로 노인 승객들을 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짜증을 참고 살던 어느날 민씨는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날부터 버스에 오르는 승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날입니다. 날씨가 좋네요 … 어디까지 가세요? 어르신 … "인사말이 자꾸 늘어났다.

무표정하던 승객들도 한두 마디씩 대꾸를 하다가 감탄하기 시작했다. "거 참 친절한 기사일세 … "

친절하고 다정한 인사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어느날 남사면의 정거장을 지나던 중 한 할머니가 자신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의 무거운 짐을 이고 버스를 타려고 했다.

민씨는 내려가서 짐을 들고 어르신을 부축해 버스 좌석까지 안내해드렸다.

어르신은 오산에 사는 아들에게 줄 선물보따리를 들고 오산에 가겠다고 나선 길이었다.

그후 이 어르신은 수년간 민씨의 버스만 기다려 골라타고 아들의 집을 오갔다.

어르신은 오산에 가지 않는 날에도 민씨의 버스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버스정거장에 나오곤 했다.

민씨에게 김치, 나물, 떡 보따리들을 한가득 선물로 안겨주기 위해서다.

민씨는 오늘도 버스를 운전할 때마다 "누군가 나를 아는 사람이 항상 타고 있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밤에 차고지인 명지대 근처에 버스를 주차하고 내리려다가 기겁을 했다.

한 청년이 뒷좌석에서 쿨쿨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터미널 정거장에서 내려 양지면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했던 승객이었다.

그날 민씨는 청년을 승용차에 태워 양지면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청년은 알고 보니 고향 친구의 아들이었다.

민씨는 친절한 언행을 쌓아가면서 하루의 피로도 싹 가셔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깨달았어요. 친절은 승객들만 위해서가 아니라 승무원 자신의 힐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요."

민씨는 경남여객 승무원들의 봉사단체인 어울림봉사대의 대장이다.

매월 1회 봉사대원들과 함께 용인시장애인복지관을 찾는다.

이달 초에는 장애인들과 윷놀이를 하며 어울리고 안팎의 환경정화를 했다.

지난 26일에는 복지관의 장애우들과 함께 에버랜드 나들이를 다녀왔다.

민씨는 "봉사를 통해 장애인 승객을 잘 이해하게 되고 더 배려하게 된다"며 "봉사자들이 얻는 게 더 많은 봉사활동"이라고 겸손해했다.

민씨의 일가는 양지면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형님가족과 함께 '양지면 흥가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평소에 민씨도 '흥꾼'으로 불린다.

친절한 언행으로 삭막한 세상을 즐겁게 해주는 품성은 아마 집안의 내력인가 보다.

한 사람의 한마디 인사와 작은 친절이 보이지 않는 파장을 일으키며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란 기대다.

/용인=허찬회 기자 hurch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