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승격'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키예프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리그) 최종전에서 우크라이나와 게임위닝샷(GWS)까지 가는 혈투 끝에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과 신상훈(안양 한라)의 페널티샷 성공에 힘입어 2대 1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2점을 보탠 한국은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로 카자흐스탄과 동률을 이뤘지만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규칙에 따라 2위를 차지,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 IIHF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하는 감격을 안았다. 대회를 마친 대표팀은 체코 프라하를 거쳐 30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사실 우리 대표팀은 이같은 성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스하키 저변이 빈약하고, 대표팀의 경쟁력이 떨어져 올림픽 본선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할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IIHF가 2018 평창 올림픽 본선 출전권 부여를 주저할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변방'으로 취급 받던 한국 아이스하키였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키예프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을 만들어냈다.

우크라이나전의 드라마틱한 승부는 부상선수가 잇따르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팀 전체가 똘똘 뭉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끝에 얻어낸 소중한 결과다.

헝가리와의 3차전에서 상대 선수의 스틱에 맞아 안와 골절상을 당한 기둥 수비수 에릭 리건(안양 한라)이 4차전에 이어 우크라이나전에도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각각 어깨와 팔목을 다쳐 4차전에 나서지 못한 박우상과 김원중(이상 안양 한라)은 진통제를 맞고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1피리어드에 유효 슈팅 수에서 11대 6으로 앞서며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골을 얻지 못한 한국은 2피리어드 4분 51초 만에 안진휘(안양 한라)가 멋진 선제골을 터트리며 심리적 부담을 더는 듯 했다. 뉴트럴존에서 박우상이 따낸 퍽이 신상우(안양 한라)에게 연결됐고 공격 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한 신상우가 반대쪽 서클로 빼준 크로스를 안진휘가 강력한 원타이머로 마무리, 골문 왼쪽 탑 코너에 꽂는 그림 같은 골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동점골을 내주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2피리어드 13분 24초에 엔드라인 뒷공간으로 흐른 퍽을 처리하기 위해 골문을 비운 맷 달튼으로부터 퍽을 가로챈 세르게이 바비네츠가 빈 골대 안으로 가볍게 슈팅,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었지만 '백지선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3피리어드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스케이터 3명씩 투입돼 5분간 서든데스 방식으로 치러지는 연장에 돌입했다. 

한국은 유효 슈팅을 8개나 때리며 세차게 우크라이나 골문을 공략했지만 상대 골리 자하르첸코의 철옹성을 뚫지 못했다.

승부는 게임위닝샷(GWS·승부치기)으로 이어졌다.

양팀 각 3명의 슈터가 출전해 승부를 가리는 GWS.

선공에 나선 한국은 스위프트와 신상훈의 그림 같은 골과 수호신 맷 달튼의 선방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첫 번째 슈터 스위프트가 상대 골리의 중심을 무너뜨린 후 리스트샷을 성공시켰고, 달튼은 우크라이나의 1,2번 슈터의 페널티샷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어 3번 슈터로 나선 신상훈은 현란한 스틱 핸들링에 이어 상대 골문 오른쪽 탑 코너에 시원하게 꽂히는 강슛으로 65분 넘게 이어진 혈투에 종지부를 찍었다.

5월 1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는 신상훈은 카자흐스탄과의 2차전(5대 2승), 헝가리와의 3차전(3대 1)에서 그림 같은 결승골을 작렬시킨데 이어 우크라이나전에서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결정짓는 한방을 터트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