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 정부입장 확인 결과 10년간 공식요청 한번도 없어
인천시가 말로만 '영종도 무비자 도입'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넘게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혀오면서도 정작 정부엔 단 한 차례도 공식 검토 요청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해줬다.

30일 시에 따르면 안상수 전 시장 재임 때인 2007~2008년 무렵 영종도 무비자 도입을 처음 검토했다.

영종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 진행에 맞춰 이 지역을 레저·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안 전 시장은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개최 때도 무비자 도입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송영길 전 시장도 2010년 국정감사 당시 '영종도 무비자 입국을 추진하려고 현재 법무부 장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2014년엔 박준하 당시 시 기획관리실장이 '영종도 무비자 제도 도입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종철 전 청장과 이영근 현 청장 역시 각각 2011년, 2016년에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 얘기는 전혀 달랐다.

인천일보는 4월24일 법무부에 '인천시가 영종도 무비자 도입을 정부에 수 차례 건의한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알려 달라'고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인천시로부터 영종도 무비자 입국허가제도 도입을 요청 받은 사실이 없다. 이를 검토한 바가 없다'고 회신해 왔다.

지금까지 시가 영종도 무비자 도입 추진 과정에 대한 정부와의 논의 진척사항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가 드러난 셈이다.

이처럼 시가 구체적인 실행 노력도 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천시민을 우롱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애초 외국인 범죄와 불법체류자 증가 등의 부작용 우려가 컸다. 보완대책 없이 무작정 추진한 게 문제"라며 "시민들에게 무비자 도입 의사를 수 차례 공표하고도 후속조처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시민을 기만한 처사"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처음 검토 때부터 실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정부에 공식으로 건의(요청)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무비자 도입 안건을 포함한 내용을 국회에는 낸 걸로 안다"면서 "공문 등을 통해 정식 요청은 하지 않았지만 송영길 전 시장의 경우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이 안건을 건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현재 영종도 무비자 도입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