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납품대금 받고도
악의적 빼돌리고 미지급
경영개선 우선 직원 뒷전
지난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임금 체불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위반한 퇴직금 체불 피의자가 수원지검에만 5513명이 접수됐다.

이는 2015년 4550명보다 35.9% 늘어난 수치로 2012년 2739명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수원지검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임금체불액은 1조4286억원으로 2015년 1조2992억원보다 9.9% 증가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29만5677명에서 32만5430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 규모는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을 넘고 있다.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유모(46) 씨는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직원 74명의 임금과 휴업수당, 퇴직금 등 모두 13억2000만원을 체불했다.

유씨는 이 기간 거래처인 한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대금으로 22억원을 받았음에도 이 가운데 10억원은 따로 운영 중인 자신의 회사와 지인 등에게 빼돌린 뒤 고액수표를 이용해 수차례 세탁하고 일부는 개인용도로 써버려 직원들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정영학)는 단기간에 악의적으로 고액을 체불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유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2014년 7월~2016년 3월 퇴직한 직원 13명의 퇴직금 또는 임금 6600여만원과 직원 4명의 휴업수당 1800여만원 등 8400여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올해 초 불구속 기소됐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이수웅 판사는 지난 26일 "미지급 금액이 적지 않음에도 피해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며 김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딱히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임금 등 마땅히 근로자들에게 줘야 할 돈을 줄여 경영사정을 개선하려는 것 같다"며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hjpar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