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치2부 차장
대통령에 당선되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를 밝히는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라면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우리나라는 이전보다 더 살기좋은 나라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공약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264만여명(2014년 기준)이나 된다는 점은 문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2014년 실시한 성인문해능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8세 이상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비문해 인구는 264만명으로 전체 성인인구의 6.4%에 이른다.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에 미흡한 수준까지 포함하면 511만여 명이나 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60대 이상 여성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받았던 세대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어디에도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있지만, 헌법에도 명시된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챙기겠다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 특히 중학교 3년과정까지는 무상으로 의무교육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여러 사정으로 학령기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국민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80%에 달해 교육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상 생활 외에 취업 등의 요건이 되는 정규학력에서도 20세 이상 인구 중 중학수준 미만 저학력 인구가 약 577만명(15.7%)이나 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다문화가구의 증가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교밖 청소년 문제까지 더해져 '비문해자' 문제는 시급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2006년부터 정부에서도 국가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저학력·비문해 성인의 기초생활 능력 향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매년 20억여원의 예산을 성인문해사업에 지원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추세로는 향후 100년이 지나야 비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선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양극화 해소를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만큼, 지금이라도 '비문해자' 대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