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의 개원이 늦어질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21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시가 제출한 추경예산 1213억원 가운데 483억원을 삭감해 의결했다.
삭감한 예산 중에 의료장비 구입비, 인력채용 용역비 등 성남시의료원 출연금 249억원이 포함됐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에 준공과 함께 부분 개원하고, 7월에 완전 개원하려던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로 추진하는 공공병원으로 관 내외의 시민들로부터 큰 관심과 응원을 받아왔다. 태평동 옛 청사부지에 지하 4층 지상 9층 건물에 24개 진료과목, 513병상 규모로 개원할 예정이다. 이쯤 되면 시의회의 예산삭감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당파싸움이라는 것이 성남시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추론이다. 시의회에서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의원들이 진보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딴지를 걸면서 연장되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보편복지든 선별적 복지든 간에 의료원은 이미 오랜 논쟁과 갈등을 지나 개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의회는 설사 그간에 쌓인 감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훌훌 털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시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초의회의 이런 행태야말로 지방의회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호재가 된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의회와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시장은 27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머슴 시의원들의 저지로 주인이 바라는 의료원 개원이 어렵게 됐으니 이제 주인(시민)이 나설 때"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고 한다.

시장이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일이야 나무랄 수 없는 일이지만 의회를 자극하기에 앞서 존중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은 충분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시장이 먼저 의회에 적극 다가서고, 의회는 시민들을 볼모로 하는 싸움을 멈춰야 한다. 의료원은 어떤 조건이나 사정에 구애되지 않고 예정대로 개원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