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웃 갈등·장애 편견 … 평화를 노래하다
▲ 2014년 제1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 참가한 일본 팀 '일어서라 합창단'.
▲ 2016년 제2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단식광대'의 무대.
▲ 최경숙 총연출

2014년 1회·지난해 2회 이어 '올해 9월 3회 개최' … 남녀노소·장르불문 미발표곡이면 참여 가능


'대한민국을 대표할 평화의 노래를 찾습니다.'
갈수록 '평화'라는 단어와 멀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이 가운데 연평도 포격 사건,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으로 분쟁의 상징이 된 서해를 끼고 있는 인천을 평화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인천평화창작가요제'가 시작된다. 남녀노소 장르불문 평화를 이야기하고픈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가요제의 그간 발자취를 다시 한 번 짚어본다. 올해는 어떤 평화의 곡이 인천 시민을 비롯한 전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전할까.

▲'평화'를 노래하고픈 사람들, 인천으로 모여라
평화를 담은 노래를 발굴해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시작된 작은 움직임, 인천평화창작가요제는 지난 2014년 인천시 주최로 막을 올렸다.
'노래로 만드는 평화의 물결, 한국을 대표할 평화의 노래를 찾는다'는 슬로건을 내건 가요제는 인천시가 총 상금과 제반 비용을 지원했다. 첫 회에 총 177개 곡이 음원 심사를 거쳐 30개 팀이 공개오디션을 진행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전라도 고흥, 바다 건너 일본에서 16∼62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 만큼 곡 장르도 록·팝페라·국악·어쿠스틱 등 범위가 넓었다.
하나의 주제임에도 불구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평화 이야기가 노래로 탄생했다.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이라는 가사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얘기한 솔가의 '같이 산다는 건'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집에서 뉴스를 통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접한 뒤 충격과 분노를 노래한 딜런의 '나는 그곳에 없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유가족을 위로하는 곡을 선보인 예술빙자사기단의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나에게 평화는 평범한 삶으로 하루를 사는 것 / 함께 밥을 먹는 것 함께 손을 잡는 것 함께 웃으며 노래하는 것 / 나와 다른 당신과 함께 사는 것 다른 게 틀린 게 아닌 그런 것'이라며 일상의 소박한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바람의 '평화는' 등은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전했다.
특히 '방공호에 대피했을 때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보며 평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며 연평도에서 곡을 들고 온 교사와 아이들과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아픔을 노래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온 일본 팀이 눈길을 끌었다. 또 본선 팀 가운데 '더율'과 '라보엠'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올라 인천이 꿈꾸는 평화의 내용을 아시아 전역에 전했다.
시의 갑작스런 지원 중단으로 한 해를 거르고 어렵게나마 지난해 2회가 개최됐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들이 모은 1000만 원이 가요제를 만드는 데 보태져 그 의미를 더했다.
2회엔 총 132개의 평화곡이 모였고, 27개 팀이 공개오디션에서 경쟁했다.
대상은 세월호 참사를 위로한 단식광대의 '새벽달'에게 돌아갔다. 청년가온누리가 쓴 '노닐다'는 전래동요를 모티브로, '어린 아이들이 웃으며 밝게 뛰어노는 게 평화'라는 가사를 전했고, 팀 1way는 힙합 랩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다는 '빈gone'을, 남북분단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웃과도 단절된 삶을 사는 안타까운 현실을 만담형식으로 풀어낸 하이산의 '함께 살자' 등이 벅찬 감동을 전했다.

▲2017 제3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올해 가요제는 인천평화창작가요제조직위원회가 주최를, 인천사람과문화·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주관한다. 접수 기간은 5월말까지다. 1차 음원·서류 심사를 통과한 25팀 내외가 6월19일 공개된다. 7월1일 공개오디션을 통해 본선무대에 오를 최종 10팀을 뽑는다. 10팀은 같은 달 22~23일 워크숍을 통해 곡을 점검한 뒤 9월9일 인천대 송도캠퍼스 공연장에서 열리는 최종 무대에 오르게 된다.
참가 자격은 '없다'. 평화를 녹여낸 노랫말을 붙여 만든 창작곡, 음반, 음원사이트, 타 가요제 등에 발표되지 않은 곡이라면 프로든 아마추어든, 성별·나이·국적까지 아무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가요제 공식 카페(http://cafe.daum.net/ic-peacesong)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해 웹하드로 접수하거나 우편(남구 참외전로 288-15 3동 1층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으로 보내면 된다. 참가비는 1곡당 1만 원이다.
공개오디션과 본선은 각각 100명·300명 시민심사단이 평가한다. 올해 역시 대상과 대중상·예술상 각 1팀 씩 뽑으며 상금은 각 500·300만 원을 받는다. 나머지 7팀은 장려상으로, 상금은 100만 원이다. 본선에 오른 곡은 온라인 음원사이트 등록과 음반으로 제작된다.
최경숙 총연출은 "올해는 온라인 포털사이트 음원 공개뿐만 아니라 뮤지션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자 한다"며 "1회때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도 올랐듯 내년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평화를 노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가요제 공식 온라인 카페나 010-4883-6365로 문의하면 된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인터뷰 / 최경숙 총연출] "제대로 된 평화곡 하나없는 분단국 … 가요제 계기였죠"
1회부터 가요제 총괄 "의미없는 곡 하나도 없어"

"평화를 이야기 한 노래, 혹시 아는 것 있으세요?" 되레 질문을 받고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가요제를 시작한 계기에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제대로 된 평화곡 하나 없더라고요."
1회부터 가요제를 총괄하고 있는 최경숙(46) 총연출은 인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신학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20년 넘게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을 토대로 한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문화바람의 사무처장도 맡고 있다.
그는 "인천시민합창단 '평화바람'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중 전 국민이 인천에 모여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노래하는 축제의 장을 상상해보니 벅차올랐다"라고 말했다.
최 연출은 길지 않은 역사지만 아직까지 여운이 남는 곡이 많다고 소개했다.
1회 때 연평도에서 온 스승과 제자들, 저 멀리 일본에서 온 팀의 참가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지만 노래까지 훌륭해 특별상을 받았다. 2회 땐 전라도 순천에서 온 6·15합창단이 위안부 어르신 길원옥 옹이 손수 쓴 글을 가사삼아 부른 '날아'라는 곡을 꼽았다.
"수상 여부를 떠나 의미 없는 곡이 하나도 없어요. 1·2회 300곡 넘는 평화노래가 만들어진 셈이잖아요. 우리 가요제의 성과이자 큰 보람이죠."
몸집이 큰 가요제이다 보니 어려움도 만만찮다.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재정 문제. 시의 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한 해를 거를 정도로 타격이 컸지만 십시일반 시민들의 도움으로 가요제를 이어갈 수 있었다.
최 연출은 "전국에서 숨은 뮤지션들이 한 곳에 모이는 만큼 홍보와 문화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시나 문화재단의 무관심이 개인적으로 아쉽다"라면서도 "힘들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하고 싶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을 그만두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는 노래라면 어떤 곡이든 좋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반전(反戰)평화와 같은 거대한 담론부터 이웃 간 층간소음, 취업난을 겪는 청년 이야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오해와 편견 등 평화의 범위는 깊고 넓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평화를 노래하고 싶은 전국의 모든 분들이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