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영화공간 주안' 김정욱 관장
'총 관객 수 44만2000명, 총 상영작품 수 2000여편, 총 상영 횟수 약 3만5000회, 총 프로그램 수 440개, 총 회원 수 1만3700여명.' 인천 유일 예술영화관 '영화공간 주안'이 지난 10년간 써내려온 역사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예술영화관 1호' 타이틀을 가진 영화공간 주안의 지나온 이야기를 김정욱(45)관장을 통해 들어봤다.

"처음엔 예술영화 자체가 생소해 힘들었지만 이젠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자리잡아 정말 보람차요."

김 관장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07년 당시만 해도 예술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굳이 지자체가 지원하면서까지 운영해야하느냐'는 싸늘한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지역에 문화예술을 일으키려는 지자체와 영화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의지가 지금의 영화공간 주안을 있게 했다.

전국의 예술영화관은 약 25곳 정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인천과 부산, 전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사나 대학, 대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단체의 지원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영화 장비와 극장 시설의 유지나 보수가 되지 않으면 발길이 끊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유일하게 해마다 관객이 늘고 예술영화관 중 최대 관 수를 자랑할 정도로 으뜸가요." 부산과 전주도 영화공간 주안의 모범 사례를 보고, 생겨난 데다 타 시·도도 주목하고 있으니 김 관장의 어깨는 으쓱할 수밖에 없다.

그가 꼽은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프로그램 선정의 완벽한 독립성'이다. 지자체가 운영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 채 무거운 사회 문제를 담은 프로그램도 상영할 수 있었다. "영화 완성도와 사회적 기여도, 그리고 꼭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다큐멘터리 등은 최대한 상영하는 편"이라며 "재정적인 지원도 감사하지만 예술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존중해주는 배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예술대학교에서 촬영을 전공한 뒤, 영화기호학 석사과정을 밟은 김 관장은 2004년 주안미디어문화축제를 운영하며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07년 영화관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5년 뒤 관장 자리에 앉았다.

"예술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메시지'에요. 입문만 하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걸요?"

실제로 그는 3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예술영화의 매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아무래도 대중을 관객으로 하는 상업영화보다는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동이 더 커 성찰감까지 주는 게 바로 예술영화"라며 "한국영화가 잘 되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예술영화가 밑거름이 돼 같이 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공간 주안의 여러 사업 중 김 관장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시네마테크'다. '사이코시네마'나 '워크숍'도 고정 관객층이 있을 만큼 자리 잡았지만, '시네마테크'는 테마별 관심 있는 관람객이 달라 특히 관객개발 차원으로 좋기 때문.

그는 "예술영화를 계기로 영화공간 주안으로 다양한 관객을 유인하는데 그 효과가 커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신규 사업보다는 현 사업들을 꾸준히 유지하며 영화공간 주안만의 색깔을 굳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그가 마음속으로 그리는 '큰 그림'은 바로 영화공간 주안만의 자체적인 영화제를 기획하는 것. "10년간 지역에서 받아온 사랑을 밑거름삼아 우리만의 독창적인 영화제를 꼭 한 번 선보이는 게 꿈입니다. 앞으로도 인천의 영화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 영화공간 주안이 함께하겠습니다."

생일을 맞아 28일부터 3일간 관람료를 5000원으로 할인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전국이 주목하는 예술영화관, 영화공간 주안에 들러 영화도 보고 10주년을 축하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