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일 인천부평으뜸포럼 대표
얼마 전 태조 이성계의 관향 전주를 다녀왔다. 그는 황산 싸움에서 왜구를 정벌하고, 개경으로 돌아갈 때 오목대에서 자축연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는 거기서 한나라의 시조 유방이 불렀다는 대풍가(大風歌)를 읊어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야심을 넌지시 비쳤다. 그렇게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세운 조선은 500년을 이어왔다. 1948년에 국민의 권력 의지로 새로 선 대한민국은 백성을 다스리는 왕정이 아니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다.

오는 5월9일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에 따라 제19대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만 한다. 정치적으로는 직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앞당겨진 대선이지만, 북한의 핵 도발과 이로 인한 미중 초강대국의 대응과 제지를 통한 국제 사회에 대한 지배력 강화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성장을 멈춘 채 장기간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이 과연, 중간 소득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인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여론조사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가 공교롭게도 회고적 심판 능력으로 예측하는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출마한 후보들마다 자신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대통령이라며 연일 현장을 누비며 사자후를 토해 내고 있다.
헌법 1조 2항에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막중한 권력은 때론 눈가를 짓무르고 가슴에 멍이 들게 하기도 했지만 주권을 지닌 국민이 임기 동안 나라의 발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소중하게 맡긴 것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사람은 체력을 기본으로 활동한다. 그 체력은 꾸준하고 다양한 운동을 통해서 향상된다. 건강한 사람은 넘어져 상처를 입어도 자연 치유력 덕분에 딱지가 앉고 며칠이 지나면 가렵다가 곧 아문다. 하지만 당뇨병이라도 있으면 부주의로 예기치 않은 상처를 입었을 경우, 대사질환으로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은 깊은 배려와 성실한 책임감으로 비로소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도 국력이 있어야 스스로 움직이며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건국 70주년을 맞게 되는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는 세대·노사·빈부 등 계층간, 그리고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심한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런 소용돌이 가운데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그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돌이켜보면 해쳐 나오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험로를 뚫고 숨가쁜 대장정을 달려온 대한민국이다. 지난 1996년 12월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으며, 경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인체는 법의학적으로 두강, 흉강, 복강이 모두 살아 있어야 생명으로 인정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머리는 내일에 대한 혜안을 지닌 차가운 이성이어야 하고, 가슴은 정상적으로 호흡하며 가까이서 대화해야 한다. 복강도 잘 소화 흡수하여 굶주림과 헐벗음, 병듦에 대해 지극히 따뜻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 속에서 훈련된 시민 의식은 성숙됐다. 온 국민이 국정에 대한 시비를 가릴 수 있게 된 세상이다. 이제 향후 미래를 내다보며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책적으로 수렴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를 앞서는 창의적인 마인드를 통해 경제, 문화의 파이를 크게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금년은 붉은 닭띠의 해이다. 닭의 울음이 새벽을 알리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의 시작, 위인의 탄생을 알리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시인이며 독립운동가였던 이육사가 광야에서 노래했던 초인은 한민족을 일제의 강점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적어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의 평화통일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일터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리더를 갈망한다. 문리(文理)에 밝은 은퇴자들을 위해 이팝나무라도 한 그루 심는 후보가 한나라 시조 유방이 읊었던 '대풍가'를 불러야 옳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