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집중학교가 있는 인항고등학교에 문학 강연을 가게 되었다. 학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학교 교문을 들어서던 나는 그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교문 바로 옆,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글귀 때문이었다.
'인천항에서 불철주야 부두노동을 하며 정성을 모아 세운 배움의 터.
한 줌의 흙, 한 그루의 나무에도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얼이 숨 쉬고 있으니
학생들이여!
우리의 바람은 이 터를 밟고 가는 모든 후학들이 이 나라의 자랑스런 동량이 되는 것.
아!
그리하여 우리의 거룩하고 고귀한 뜻이 밝게 비추게 하라.
인천항운노동조합원 일동'
인천항운노동조합원. 익숙했다. 나는 부두노동자였던 아버지의 삶을 <검은 설탕의 시간>이라는 단편소설에 녹여낸 바 있다. 일을 끝내고 오던 아버지에게서 나던 부두의 비린 바다 냄새와 쇠 냄새, 기름 냄새가 섞여 나는 냄새를 잊을 수 없다. 그건 거친 노동의 냄새였다. 아버지처럼 일하던 항운노동자들이 수십 년간 모은 돈으로 이 학교를 세웠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철주야 부두노동을 하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이 나라의 자랑스런 동량이 되길 염원하는 부두노동자. 삶은 때로 이렇게 곡진하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노동의 시간, 힘, 정성이 들어갔을까. 어떤 염원, 어떤 기도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학생들은 비록 그 마음을 다 알지 못해도 수많은 부두노동자 정성과 염원은 어느 때고 이 학생들을 이 나라의 동량으로 키워낼 것을 믿는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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