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개선안 실효성 논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무원 시험장 소변봉투는 인권침해' 결정에 대해 안전행정부와 인사혁신처가 새로운 제도를 제각각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총괄하는 지방공무원 시험의 응시생은 시험 중에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인사혁신처가 총괄하는 국가공무원 시험의 응시생은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예전처럼 시험장 뒤편에서 소변을 봐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 소변봉투 인권침해 논란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진 지 7개월이 지난 현재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의 소변봉투 사용은 엇갈리고 있다.

지방공무원 응시생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국가공무원 응시생은 여전히 소변봉투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무원 시험 총괄기관인 행자부는 인권위 권고를 반영한 새로운 지방공무원공채 필기시험 매뉴얼을 만들어 시험을 시행하는 시·도에 보냈다.

이 매뉴얼에는 응시자가 화장실 사용 요구 시 소변의 경우 휴대용 소변기(소변봉투)와 접는 우산을 이용해 시험실 후면에서 소변을 보도록 하라는 예전의 시험감독관 근무요령이 빠졌다.

대신 수능, 토익, 대기업 입사시험처럼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되 복도감독관의 동행, 금속탐지기 운영 등 부정행위 방지에 대한 대응 요령을 담았다.

반면 국가공무원 시험을 관할하는 인사혁신처는 '화장실 이용 사전신청제'를 새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응시자가 시험 전에 미리 화장실 이용 신청을 하면 그런 응시생들만 따로 모아 시험을 보게 하면서 지정된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매뉴얼을 보완한 뒤 9월23일께 지방공무원 7급 공채 시험에 처음으로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시행 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 필요하면 2018년도에는 확대 시행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안으로 만든 것이 화장실 이용 사전신청제"라면서 "올해 몇 개 채용시험에 시범 적용한 뒤 보완해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소변 봉투를 없애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신청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응시생들은 돌발적으로 화장실 이용이 필요한 일이 발생하면 여전히 소변 봉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권위도 인사혁신처의 사전신청제가 실효성이 없어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