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간판·공사현장 물품적재 등 통행 방해
차없는 도로·조례 '무색'…지자체 차원 관리 절실
'걷기 좋은 거리는 아직 머나먼 이야기인가'.

최근 지자체들이 앞다퉈 '차없는 도로' 만들고, 조례까지 제정해 보행권 확보에 나섰지만 보행자들은 일부의 이익에 밀려 보행권을 여전히 침해당하고 있다. <인천일보 4월12일자 19면>

보행권 확보를 외면한 공사현장, 상가들의 각종 불법 간판과 인도까지 넘나드는 불법주정차 차량은 보행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23일 오전 수원시 구운동 서수원버스터미널 인근 50여m 인도 및 자전거 도로 중앙에는 12개의 불법주차방지기둥(볼라드)이 설치됐다. 이 지역 일부 상가를 이용하는 차량들이 가게 앞 인도 등에 불법주차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반대편 인도로 무단횡단을 감행하자 구청이 보행권 확보를 위해 기둥을 설치했다. 그러나 12개의 기둥으로 인도와 자전거 도로는 오히려 제구실을 못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주민들은 기둥에 부딪칠까 주의하며 인도를 지났고, 자전거를 탄 주민은 촘촘히 박혀있는 볼라드 사이를 통과하지 못해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행권 보장을 위한 설치한 기둥이 오히려 보행의 장애물로 전락한 셈이다. 같은 날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인근 영동사거리에서 지동사거리 방면 인도에는 시장상인들이 내 놓은 불법 가판대와 노상 적치물로 약3m의 인도가 반 토막이 났다.

이 날 시장은 물건을 고르는 손님, 인근을 지나던 행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면서 일부 인도는 버스정류장과 가판 사이 통과를 놓고 시민들끼리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의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및 복리 증진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민이 쾌적한 보행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진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보행자의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보다 공사현장의 편익, 불법주차로 인한 이익, 상인들에 영업편의가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행권·통행권 침해와 관련 국민권익위 신문고에 신고된 건수는 2014년 44건, 2015년 56건, 2016년 64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주요 내용으로 주정차 및 차량 주행에 따른 보행권 침해가 75건, 물품적재 및 노점상, 광고물 등 영업행위 관련이 59건, 공사 관련이 27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보행권 확보를 위한 단속이나 시설물 설치가 당장 생계문제와 직결된 상인들의 시선 곱지 않다.
녹색교통 송상석 사무처장은 "일부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권리가 침해 받아서는 안된다"며 "제도의 취지에 맞게 적용하는 건 행정기관의 의지 문제다. 불가피 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면 행정기관에서 보행권 확보를 위한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