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연희동 반지하 화재
방범창 뜯고 신발 벗어줘
서부소방서, 표창장 수여
▲ 심동주씨와 딸 다운씨.
▲ 심다운씨.
▲ 방범창을 뜯고 아이들을 구출한 현장 모습.
지난 21일 찾은 인천 서구 연희동 한 빌라 반지하 창문엔 방범창살 4개가 비어 있었다.

화요일이었던 18일, 이 빌라 주민 심동주(53)씨가 화재로 갇힌 초등학생 3명을 구하기 위해 방범창을 돌덩이로 내려쳐 뜯어 낸 자국이다.

심씨의 딸 다운(20)씨는 곁에서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는 걸 도왔다.

급하게 맨발로 구해진 아이들에게 다운씨가 신발을 벗어 주는 모습이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찍히며 의로운 부녀(父女)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인천 서부소방서는 21일 소중한 이웃의 생명을 구한 심씨 부녀와 이를 도운 초등학교 5학년생 서승환(11)군에게 화재 진압 유공 표창장을 수여했다. 건설 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심동주씨는 이날 부산 현장 근무가 있어 직접 자리하진 못했다.

서승환군은 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근에 알리는 것에 더해 직접 반지하 집의 방범창을 부수려 하는 등 화재를 진압하려고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다운씨는 "불이 났던 아래층 아이와 평소에 인사할 정도로 알고 지냈다"며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누구라도 아버지와 나처럼 나섰을 것.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운씨는 지난 18일 오후 4시50분쯤 집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걸 느끼고, 같이 있던 아버지씨에게 이를 알렸다.

다운씨는 "무슨 일이 났는지 창문 밖도 소란스러웠다"며 "아버지와 문을 열고 나가보니 바로 아래층 반지하 창문 방범창살 사이로 시커먼 연기와 함께 아이들 손이 나와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심동주씨는 달려가 손으로 방범창을 뜯어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서승환군에게 건네받은 돌덩이로 창살을 내려쳤다.

다운씨는 "아버지가 아이들을 꺼냈더니 다 맨발이었다"며 "그 중에 한 명이 양말도 안 신고 있길래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줬다"고 말했다.

불은 12살 A양이 친구 2명과 함께 집에서 튀김 요리를 하다 시작됐다. 아이들만 집에 있던 상황이라 큰 화를 입을 뻔했다. 소방서 추산 8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지만, 주민들의 활약으로 A양과 친구들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화재 뒤 A양은 함께 살던 할머니 등과 이사를 간 것으로 전해진다.

부천대학교 항공서비스과에 재학 중인 다운씨는 "졸업 후 여객기 승무원이 목표"라며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이 되기까지 이번 일은 많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