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정치부 차장
인천을 상징하는 한 단어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는다)'처럼 인천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거대 물줄기이다. 냉혹하게 인천을 평가하는 자는 정체성 없는 인천의 한계를 꼬집는다. 비판에 벌떡 일어선 인천이 '주권'으로 돌파하고 있다. 좋다. 인천의 뿌리를 찾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미래를 설계한다는 건강한 생각은 300만 시민 모두에게 환영 받을 일이다.

바다도 같다. 내항에서 출발한 인천 바다가, 외항시대를 맞았다. 인천신항과 남항, 북항 등이 새로 조성되며 인천항만기능이 새롭게 짜이고 있다. 그렇게 남북으로 뻗은 인천 바닷길이 새로 열렸다.

인천은 수 천년 바다에 의지했다. 바다가 인천의 전부였던 시절, 바다에 지탱한 인천은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에 인천을 살찌웠다. 그러다 바다 기능이 점차 인천이 아닌 부산과 광양에 뺏기며 인천 바다가 몸살을 앓았다. 더 깊은 뱃길을 원했고, 더 넓은 배후단지와 교통망이 필요했다. 누구도 인천 바다에 눈길을 주지 않았던 바로 몇 년전. 정부 투-포트 정책에 맞물려 인천 바다는 3등 바다로까지 밀렸다. 당연하듯 정부는 인천 바다 정책을 뒤로 미뤘고, 인천 시민도 바다가 눈에 보이지 않자 마음이 점점 멀어졌다.

겨우 바다로 눈을 떴다. 처참했다. 뱃길은 뻘에 묻혔고, 항만배후단지가 없어 바다 물동량은 수도권으로 부산으로 빠져 나갔다. 길은 끊겼고 인천 바다를 지킬 기관도 관련 법 정비도 안됐다. 중국 어선이 활개를 치고 북한과 일촉즉발에 인천 시민의 생명은 장담할 수 없다. 부산이 인천 바다를 관장하게 법까지 달라며 해사법원을 노리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에 맞춰 바다 관련 공약 요구와 정책을 부르짖으며 해양경찰청 부활과 해사법원을 요구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인천이 바다를 대하는 태도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지난 21일 해사법원 관련 학술토론회 참석자 중 인천은 단 몇 명에 불과했다. 인천은 공약 요구만 했지 그걸로 끝이고, 여느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인천을 대표한 인천변호사협회 토론자와 인천항발전협의회만 부산과 인천에 맞섰다. 바다는 모두를 품지만, 바다의 생채기는 재앙을 불러온다. 바다가 아직 품고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