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현금 등 180억원 상당의 금액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140억원의 세금이 부과돼 재판을 신청했던 수원교차로 창업자가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20일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소송 당사자는 물론 소송을 인지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는 복잡하고도 치열한 법리적 논쟁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종종 판결을 통해 법의 상식과 사람들이 믿는 일반의 상식이 다른 게 아닌가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원심 판결은 일반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순한 논리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처분해 공익재단에 기부했는데 기부금에 대해 이처럼 엄청난 세금을 부과한다면 '좋은 일 하고 뺨 맞을 일'을 과연 누가 하겠느냐는 것이다.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고 공박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의 상식과 일반상식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간극은 좁을수록 좋을 것이다. 법도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부를 소유한 개인이 투자하는 공익재단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재단 설립에 장애가 되는 법률이 있다면 마땅히 법률을 개정해야 옳다. 만약, 법률이 아니라 정책 결정권자의 판단이 장애라면 이 또한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재단을 설립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안양에 소재한 한 기업은 지역에서 창출한 부를 지역사회를 위해 쓰겠다며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하다 도에서 두 번의 서류보완 요구를 받고 돌연 중단하고 말았다. 사실 공익재단 설립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롭다. 여기에다 공무원들의 의심이나 부정적인 판단도 걸림돌이 되기 일쑤다. 공무원들에게는 그간의 경험이 투영되고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상 그간의 공익법인들의 행태가 문제였다면 투명성을 높여야 해결할 문제이지 설립자체를 가로막을 일은 아니다. 그래서 행정에는 판단뿐만 아니라 적절한 지도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