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사회부장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싸워온 양측의 전쟁에서 지금까지 검찰이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들어 검찰은 전현직 고위검사의 비리 등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고강도 검찰 개혁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무기력이었다. 경찰은 최근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검·경 수사권 조정 '20년 전쟁'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경은 20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다. 1998년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불거진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를 시작으로 2005년 참여정부에서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놓고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치렀다.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수사진행권을 인정하는 형소법 개정으로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이에 반발해 사퇴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수사권 조정논의는 검·경 양측의 갈등으로 2017년 장미대선에서 또다시 격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커지는 검찰 개혁 목소리
최근 한 방송사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차기 정부의 개혁과제 우선 순위를 물은 결과, 정치개혁(29.3%)과 함께 검찰개혁(20.9%)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유력 대선후보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속속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차기 정부에서 수사권조정은 불가피해졌다. 각당 후보마다 방법론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원칙 아래 일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경찰에 대한 통제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검찰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경찰의 부족한 수사 능력과 경찰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경찰의 비대화에 따른 '통제 불능의 거대권력' 등을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더욱 커지고 있어 검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각당 후보들이 선관위에 올린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기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인력으로 제3의 수사청을 별도로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특정 범죄 및 피해 수준, 범죄 횟수 등을 기준으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 14만 거대조직 경찰 개혁은
이번 대선에서 경찰개혁에 관한 정치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국민들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개혁에 동의하지만 경찰도 개혁 대상이라고 지목하고 있는데도 대선주자들은 말이 없다. 공권력의 표상인 14만 거대조직인 경찰 표심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학자들이 논의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지금까지 경찰개혁에 대한 방향으로 개방형 임용 확대와 자치경찰제, 직장협의회 제도 도입과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정도가 나왔다.

그러나 경찰 개혁을 전면으로 다룬 대선 주자들은 없다.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지난 정부에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의 폐해는 너무도 컸다. 이에 국민들은 검찰과 개혁과 아울러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여튼 검찰은 사상유례 없는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현행 유지' 외에 답이 없다는 것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워졌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의 개혁요구에 성실히 응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19대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사회변화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20년 전쟁도 이번 기회에 마무리해야 한다.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정부에 대한 학습효과다. 경찰도 검찰 개혁의 목소리에 숨어 자신들을 개혁하는데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검경은 수사권 조정에 촉발된 개혁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매번 정치권이 양측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해 유야무야 됐던 검경 개혁에 대해 이번에는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