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지역의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먹을 물을 구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는 판에 이제는 생활용수마저 부족해 빨래를 육지로 보내는 상황에까지 처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특히 소청도와 소연평도의 사정이 더한 형편이다. 본보가 전하는 이들 지역의 실정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나 다름없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이틀에 한번씩 약 30분동안 받아놓은 물로 생활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세탁기를 돌릴 수 있는 물이 없어 친척이 있는 인천 내륙으로 빨래를 보내거나 인근 대연평도 빨래방을 이용하고 있다. 조업에 나서는 어선들도 물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화장실 물도 내리지 못해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한 주민의 말은 이곳의 형편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해5도지역의 물 부족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수자원이 빈약한 터에 해마다 가뭄이 겹치면서 이러한 상황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해결책은 해수담수화시설뿐이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이를 요구해왔고, 인천시도 지난 2015년 5월 국비 40억원과 시비 17억원 등 57억원을 들여 우선 소청도와 소연평도에 해수담수화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비확보 어려움 등의 이유로 계속 지연되다가 올 8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관련 용역과 도시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10월로 2개월 가량 또다시 늦춰진 상태다.

유정복 시장 취임 이후 시는 인천의 가치 재창조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앞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의 가치에 주목, 이곳의 개발·관광자원화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애인(愛人) 섬 만들기 프로젝트'다. 그 중심에는 접적해역이라는 특수한 여건과 때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서해5도가 자리하고 있다. 통일시대 대북·대중교류의 교두보이자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안보상황은 차치하더라도 교통편이나 물 등 기본적인 생활수단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신산한 삶이 계속된다면 섬의 가치 재창조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