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낳은 공연쟁이…'좋은 무대'만 보여주고파

"끼리릭 철컥, 끼리릭 철컥!"

발권기에서 개나리 빛깔처럼 노란 공연티켓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이번 주 토·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를 달굴 '씨크릿 쥬쥬' 표다. 발권기의 키를 넘을 정도로 두껍게 쌓이는 티켓들. 저 티켓은 인천의 대표적인, 아니 인천을 대표하는 공연전문기획사 '창라이프'의 역사를 말해주는 상징이다.

"99년도에 시작했으니까, 햇수로 20년이 다 됐네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얼얼합니다."

정현욱(47) 창라이프 실장. 그는 창라이프를 처음 만든 회사 대표이지만 아직까지 '실장'이라는 직함을 고집한다.

"대표라고 하면 웬지 좀 어려워 할 것도 같고, 건방져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쭈욱 실장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대표와 현장책임자, 1인2역을 해 온 정 실장은 "권위 있는 직함 보다는 내실있는 알멩이가 중요한 게 아니냐"며 "실은 공연쟁이라는 말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정 실장은 어른이 되면서 줄곧 '공연쟁이' 외길을 걸어왔다. 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인천에서 나온 '인천사람'인 그가 공연쟁이의 첫 발을 내디딘 때는 제물포고등학교 시절이다. 학교에서 밴드를 결성, 퍼스트 기타로 대중 앞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음악이 좋아서 취미가 같은 친구들과 음악을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공연계, 문화예술를 자꾸 기웃거리게 되더라구요."

학교를 졸업한 뒤 잠깐동안 개인사업을 하던 그는 98년 어느 날 뮤지컬 '난타'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저런 거 만들면 정말 재밌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딴따라만 해 봤지, 제작같은 건 해보지 못 했잖아요. 플랫폼 역할을 해야겠다 생각했지요." 마침 난타의 제작자인 송승헌씨와 형동생하던 임득수씨를 알고 지내던 정 실장은 임 씨와 함께 '난타'를 들고 전국 주요 지역을 순회한다. 창원, 진주, 제주 등을 돌았지만 고향 인천에서만 성공을 거둔다. 고향에 뿌리를 두고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자신이 낳고 자란 인천에서 왕성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한다. 이후 20년 가깝게 매년 30개 넘은 '빅 이벤트'를 인천으로 유치해 왔다.

인천으로의 좋은 공연 유치가 쉬웠던 건 아니다. 매번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소수 정예의 6인이 일하는 탄탄한 기획사로 우뚝 설 수 있을만큼 그는 성실하게 달려왔다. 기획사가 한 둘이 아닌 상황에서, 1년도 못 하고 셔터를 내리는 기획사가 수두룩한 현실에서, 20년을 버텨왔다는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라고 인천지역 공연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똑같은 공연이지만 인천에서 보면 서울의 70~80% 가격에 볼 수 있는 것도 다 정 실장 같은 사람 덕분이다. 그렇게 인천시민들은 오는 7월까지 뮤지컬 '영웅', '이미자 쇼', '몬테크리스토', '캐리'와 같은 대작을 만날 수 있다. 공연쟁이들의 놀이터는 '공연장'이다. 그가 보는 '문화놀이터'로서의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인천엔 극장이 너무 없습니다. 전국의 광역시 치고 1300석 이상의 극장이 한 곳 뿐인 곳은 인천 뿐입니다. 대구만 해도 서너 개가 있거든요. 극장 운영 역시 상당히 잘 하고 있습니다."

정 실장은 "다른 광역시의 경우 대극장이 많다보니 많은 공연들이 상시적으로 무대를 쓸 수 있으며 극장 운영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며 "운영을 잘 하는 공연장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좋은 환경에서 넓은 선택권으로 공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한다.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이 크가는 얘기다. 정 실장은 그나마 현재 있는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송도에 짓고 있는 아트센터가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금까지와 처럼 앞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는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인천에도 인천을 대표하는 전국 수준의 기획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거나 욕심 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처럼 천천히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컬 '영웅', '맘마미아', '박인희 & 송창식 콘서트', '김제동 토크쇼 노브레인7 … '.

사무실 벽에 잔뜩 붙어 있는 포스터 앞에서 활짝 웃는 정 실장은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컹!" 창라이프 경비원 '쑝'이 경쾌하게 짖으며 정 실장의 품 안으로 뛰어올랐다.

#창라이프는
1998년 시작한 창라이프는 공연 전문기획사다. 1999년 퍼포먼스 '난타'를 시작으로 전국을 무대로 빅이벤트를 공연해 왔다. 인천을 중심으로 뮤지컬, 콘서트, 연극,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여왔다. 올 한 해 창라이프 기획공연은 다음과 같다.

2017년 상반기 창라이프 인천 기획공연은 다음과 같다.
▲ 알리 "알리자 콘서트"(1.4) ▲김경호 콘서트(3.25) ▲뮤지컬 "영웅'(3.30) ▲뮤지컬 "씨크릿 쥬쥬"(4.22) ▲이미자 콘서트(5.7) ▲뮤지컬 "몬테크리스토"(5.19) ▲뮤지컬 "캐리와 장난감친구들"(6.10)
 
/글 김진국·사진 이상훈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