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이겨낸 '문화공간'을 거닐다
개항장 창고건물 리모델링 … 문학관·전시·공연장 등 조성
차이나타운 등 인근 식당·카페 즐비 … 자유공원도 가볼만
▲ 인천아트플랫폼
▲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계양고 동아리 학생들.
▲ 한국근대문학관


봄 나들이 계절이다.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역사와 예술의 정취를 느끼며, 문화산책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수인선 신포역에서 내려 3번 출구(신포사거리 방향)나, 1호선 인천역에서 중부경찰서 방향으로 5~7분 정도 걸어 가면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을 만날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중앙통로인 차없는 거리 100여 미터에는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진 아트벤치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재미있는 아트벤치에 앉아 인증 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다.

#한국근대문학관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거리, 잠시 느리게 걷다가 멈추면 보인다. 100여년 전 개항장의 느낌을 주는 색바랜 붉은 벽돌 건물들이다. 예술적인 건축미는 없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시대에 먼 바닷길을 들고 나는 물산을 쌓아서 보관하는 기능에 충실한 영락없는 창고 건물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중구 신포로 15번길 76)은 개항장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2013년 문을 열었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골조는 그대로 살려냈기에 여전히 겉보기에는 창고인지, 사무공간인지, 전시공간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미술관도, 박물관도, 역사관도 아니다. 한국근대문학 자료와 유물, 해설을 곁들여 종합적으로 전시하는 유일한 공공문학관이다. 시민들이 한국근대문학을 교양 차원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다. 문학 자료 3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공간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수장고와 사무실로 나눠져 있다.

 1층에서는 1890년대 근대계몽기부터 1948년 분단에 이르기까지 한국근대문학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최남선, 이광수, 김소월, 한용운, 나도향과 현진건, 염상섭, 정지용과 백석, 카프(KAPF) 소속의 작가 등 한국근대문학을 만들어 낸 주요 문인들의 작품 원본과 복각본, 동영상, 검색코너 등 한국근대학문학의 자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2층에는 특집코너 '인천의 근대문학'과 '핫 이슈-근대 대중문학 편'이다. 인천의 근대문학은 우리 근대문학에서 인천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인천에서 태어난 문인들은 누구인지 등을 영상다큐멘터리로 만날 수 있다. 부록으로 문학사 연표도 있다. 역동적인 도시 인천의 근대문학, 애정소설과 추리소설의 세계,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은 차없는 거리의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전시장, G동 전시장,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봄햇살을 맞으며, 아트 의자에 앉아서 게으름 피우기도 좋다. 그러다 발걸음을 몇발자국만 옮기면 전시장이다. 인천아트플랫폼 2017년 입주작가(8기)들의 프리뷰 전시 '2017 IAP 단편선'이 전시 (3월24일~4월30일) 중이다. 국외 입주 작가를 포함해 시각예술·공연예술·연구평론·국제교류 등 입주예술가 28팀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은 근대문학관 건너편 아트플랫폼 들머리에 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다목적 공간 이음마당, 전시공간 갤러리 디딤, 모임방, 다목적 연습실, 미술방, 수유실, 자료실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들로구성됐다.
커피숍과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자료실은 쉼터며 지식창고다. 서가에는 음악과 영화, 사진 등 문화예술 책들을 빼곡히 진열해 두었다. 자유롭게 읽고 개인 작업도 가능하다. 소규모 상영관도 있다.

 전시를 통해 예술의 정취까지 느끼고 나서 조금 허기가 진다면, 차이나타운과 인근의 맛집을 들러 허기를 채워보는 것도 좋겠다. 독특한 맛과 멋을 자랑하는 개항장 문화지구의 식당과 카페들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테이크아웃 커피와 함께 자유공원에 오르면, 인천항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



[한국근대문학관, 1900년대 신문학 한눈에]
지식창고 속 '근대문학기행' 알차다

한국근대문학은 1890년대에서 1948년 분단이 고착화되는 시기까지를 가리킨다. 한국근대문학관의 상설전시실은 근대문학의 형성과 역사적 흐름을 한 권의 잡지형태로 구성했다.

1894~1910년, 근대계몽기에는 이해조의 <구마검>과 신채호의 <수군제일위인 이순신> 등 신소설과 역사전기물의 최초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왕조의 몰락과 근대국가의 열망 속에서 신문학의 씨앗을 뿌린 시기다. 문명개화와 자주독립의 열망을 노래했다.

1910~1919년은 식민지 근대의 확장과 무단통치의 강화 속에서 근대문학이 어떻게 출발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유로운 리듬으로 개인의 정서를 노래하고, 자아각성과 근대문명을 외쳤으나 식민지 현실과는 유리된다.

1919~1925년에는 근대문학이 본격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현실에서 찾는다. 특히 김소월과 한용운은 전통정서를 계승하고 사랑의 윤리를 호소하며,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뜨고 근대소설의 기틀을 마련한다.

1925~1935년에는 근대문학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으로 식민지 현실에 맞서는 상황을 엿 볼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민족의 저항이 더 강해지고 조직화 됐다.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 KAPF)의 시와 소설은 식민지, 그리고 자본주의를 넘어서 농민의 애환과 농촌의 현실에 주목한다. 이상의 <날개> 등 모더니즘 소설과 시가 등장한다. 식민지 근대의 부조리를 문제 삼으며, 근대문학은 본격적인 장편소설 시대를 연다. 대표적인 작가는 이기영·한설야·강경애·염상섭·채만식 등이다.

1935~1945년에는 일제 파시즘에 맞서 시대를 고뇌하는 시와 소설을 볼 수 있다. 역사소설 홍명희의 <임꺽정>, 김동리의 <무녀도>를 비롯해 백석·서정주·오장환·유치환 등 한국대표 시인들이 작품을 발표한다. 이 때 친일 문인들이 나타난다.

1945~1948년에는 해방의 감격을 노래하며 새로운 민족문학으로 부활하다. 이육사가 <광야>를, 윤동주가 <하늘과 바람과 시>를, 박목월·박두진·조지훈이 <청록집>을 발간하고, 채만식·염상섭이 소설을 발표하는 시기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




계양고 동아리 "작품집 직접 볼 수 있어 좋아요"

"'진달래꽃'은 누가 쓴 시죠?"

"'마야'라고 생각한 학생은 없는거죠?"

19일 오후 3시 한국근대문학관 상설전시관. 이현주 문학관 해설사가 학생들에게 위트를 섞어가며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설명해 나갔다.

이날 한국근대문학관에 관람 온 학생들은 인천 계양고등학교 '문학기행' 동아리 회원 23명이다.

배소라 지도 교사는 "한 달에 두 번 3시간짜리 동아리 체험학습이 있는데, 첫 장소로 이곳을 선정했다"며 "학생들이 근대문학을 시대순으로 파악하고,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그 당시의 작품집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