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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경련 탈퇴, 기업가 정신 따라야

2017년 04월 21일 00:05 금요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되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역할은 부당했다. 관제데모에 앞장섰던 어버이연합 활동에 뒷돈을 댔던 곳이 바로 전경련이다. 이 단체의 주요 회원사인 삼성 등 주요 재벌기업들은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국정농단 사건은 오래된 정경유착의 뿌리가 얼마나 질기고 깊은지를 새삼 짐작케 한다. 이 사건으로 전경련은 해체위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최근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줄이고, 지난 1968년부터 써왔던 명칭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다시 살 길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감정이 이토록 악화된 상황에서 시도되는 조직유지책이 눈물겹다. 경기도에 있는 전경련 소속 기업은 모두 57개다.

경기경실련이 이들 기업에 전경련 탈퇴 여부를 물었다. 신흥정밀, 삼영전자공업 등 5개 기업은 이미 탈퇴를 했거나 탈퇴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GS파워, 고려개발, 쌍용자동차, 코오롱 등 45개 기업은 아예 답변을 회피했고, LS전선, 태영건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등 7곳은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한다. 무려 80%에 달하는 기업들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업들에게는 이게 쉬운 결정이 아닌 모양이다. 하기야 그 오랜 세월동안 정경유착을 통해 온갖 혜택을 누려온 단체가 전경련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해온 배경을 조금만 숙고해 보면 이런 입장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특혜와 불공정 관행에 익숙하고 이윤만 보장되면 땅 투기에도 과감히 손을 뻗치며 성장해 온 터다. 기업가 정신이라면 슘페터가 울고 갈만한 환경에서 혁신보다 쉬운 방식으로 기업을 키워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기업가 정신에 관한 고전적 정의에 비해 요즘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기업에 요구한다.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제일주의를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일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노동자의 후생복지, 인재양성도 현대기업에 요구되는 정신이다. 온갖 비리에 연루되면서 급기야 국민들로부터 해체압력을 받고 있는 전경련 탈퇴 요구는 바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인 것이다. 되새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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