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 섬연구센터장산림생태학 박사
▲ 대청부채.
대청도, 생각만 해도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또 한 번 가고 싶다는 그리움을 갖게 하는 섬이다. 북한의 연백평야와 인접해 있고 서해안 최북단의 섬이면서도 동백나무가 자라는 섬 대청도에서 이름을 따와 이름붙인 대청부채가 자라는 섬 대청도를 처음 찾은 시기는 내가 1999년 임업연구원에 근무할 때였다. 그 시기에 내가 진행하던 연구과제가 '비무장지대 인접지역의 산림생태계의 생물다양성조사'였다.

1994년쯤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남북 정상회담이, 또 남북 공동으로 비무장지대 생태계조사를 실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계획이 무산되었고 1995년부터 남한 단독으로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 국가기관, 대학교, 연구소에서 식물, 동물 곤충, 미생물 등 10개 분야의 각 분야 전문가 50여명이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이때 서해5도 조사가 있었고 백령도의 천연비행장 콩돌해안, 두무진 등 진귀한 명승지의 아름다움에 탄성과 놀라움이 있었지만 식물을 전공한 나로서는 대청도의 동백나무 천연기념물과 대청부채자생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대청도의 식물지리학적 특징을 보면 북한의 황해도 장산곶과 직선거리로 19km 정도 떨어져 있어 육상 생태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또 쿠로시오해류에서 분지된 제주난류 또는 황해해류가 대청도 식물의 분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에는 동백나무, 실거리나무, 큰천남성 등 남방계 식물이 넓게 자라고 있다. 또 대청부채, 먹쇠채, 호모초 등 북방계 식물도 자라고 있는 등 북방 서해5도 중에서 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대청도는 백령도보다 섬의 면적은 4분의 1정도로 작지만 식생은 훨씬 다양하고 중요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식생분포의 형태를 보면 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인 삼각산을 중심으로 키큰 나무 중심 식물군락인 소나무-소사나무군락, 떡갈나무군락, 신갈나무군락 등 산지식생 넓게 분포하고 있다. 농여해변, 미아동해변, 지두리해변, 답동해변, 황금동해변 등에 분포하는 통보리사초-갯메꽃군락 ,보리밥나무-찔레꽃군락, 참빗살나무-금방망이군락, 병아리꽃나무군락, 정향풀군락, 대청부채군락, 순비기나무-갯메꽃군락 장구밥나무군락 등 해안식생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이곳에 자라는 동백나무군락은 동백나무 1종으로 지정된 자생지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제66호, 1962년)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주도나 남해안 섬에 자라는 동백나무가 어떻게 이곳에 정착해 자라고 있는가는 학자 간에 식물지리학적 의문이 계속 대두되어 천연기념물 해제까지 이야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청도 옆 소청도 예동마을 뒷산에서 동백나무 자연군락이 발견됨으로서 분포에 대한 의문은 풀리게 되었다. 식물의 분포는 연속적으로 나타났을 때 식물의 지리적 분포를 인정받게 된다. 이것이 식물의 지리적 분포에 대한 징검다리 이론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북지역과 충남지역의 해안 및 섬지역의 동백나무 분포가 확인되고 있으며 인천시 옹진군 덕적군도 내 백아도, 굴업도 등지에서도 동백나무군락이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대청도의 동백나무 군락은 북한계지로서 천연기념물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대청도가 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판단된다.

또 이곳은 환경부 법적보호종 2급인 대청부채가 자라는 곳이다. 물론 대청부채가 백령도 두무진 등에도 일부 자생지가 있으나 주 분포지역은 대청도 해안지역이다. 옛날에는 농여해변, 미아동해변, 지두리해변, 답동해변, 황금동해변 옥주동해변 대진동해변 등 대부분의 해변에 자생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파괴되고 1~2지역에 100여개체가 자라고 있는 상태다. 자생지에 대한 일부 복원이 진행되기도 하나 복원방법 등 절차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대청도에는 동백나무, 대청부채 뿐만 아니라 정향풀, 낚지다리, 두루미천남성, 뇌성목, 먹쇠채, 금방망이 등 산림청 희귀식물이 넓게 자라고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대청도는 작은 면적의 섬이지만 우리나라 어느 큰 섬 보다 식물다양성이 높고 희귀식물이 많아 서해안 도서지역 중 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식물다양성 보물이다.

이병천씨 프로필 ▲현 한국식물보전네트워크 대표 ▲현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 섬연구센터장이령보존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