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북도면 중·고교 없어 내륙까지 통학
"배 시간 맞추느라 조퇴 … 시험 땐 방 잡아야"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선착장에는 매일 오전 6시면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맨 학생들로 북적인다. 장봉도에 사는 정예린(19·여) 학생은 바다를 건너 중구 운서동에 있는 인천공항고등학교를 다닌다.

북도면에는 중·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천 내륙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만 한다. 현재 정예린 학생을 포함해 북도면에 사는 중·고교생 66명은 통학 버스 대신 배를 탄다.

정예린 학생의 어머니인 박미영(48)씨는 "혹시라도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어 시험 전날이면 미리 뭍에 나가서 방을 잡고 지내야 한다"며 "마지막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수업도 받지 못하고 나올 때도 있어 내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19일 인천 옹진군에 따르면 북도면과 자월면에 사는 중·고교생 97명은 학교가 없어 타 지역으로 학교를 다닌다. 이 때문에 섬 마을 학생들은 배를 타고 학교를 다니거나 내륙에 있는 친척집에서 머물면서 통학하고 있다.

북도면에는 약 25년 전 중학교가 없어졌고, 고등학교도 폐지 된지 오래다. 배를 이용한 등하교로 불편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 시간에 맞추다보면 수업을 듣지 못할 뿐 아니라 기상 상황이 갑자기 나빠져 배가 예정 시간보다 이르게 뜰 경우에는 수업 도중에 미리 나와야 한다.

시험 기간에는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리 뭍에 나가야 해 생활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이처럼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북도면 및 자월면 학생들은 농어촌 특별전형에도 제외됐다. 사는 곳은 섬이지만 다니는 학교는 도시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전형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특별전형에 적용을 받을 수 있고, 또 학교 인근에 기숙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영희 옹진군의원은 "타 지역으로 학교를 다녀야하기 때문에 통학이 불편한 것은 물론 해상 여건에 따라 학교를 갈 수 없는 일도 생긴다"며 "섬 학생들은 기본적인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등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학교가 없는 곳에 사는 섬 학생들은 인천지역에 퍼져서 통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학교 신설 등 주민들 민원 사항을 교육청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