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홈 입소 조례 때문에 재가 장애인 입주 못해
4월20일. 서른 일곱번째 장애인의 날이 다가왔지만, 장애인이 자립해 살아가기란 아직 먼 이야기다.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와 더불어 자립할 수 있는 지원과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영수(20·가명)씨. 그는 3급 지적장애인이다. 그의 담당교사는 요즘 김씨가 들어갈 '자립 체험홈'을 알아보고 있다. 어려서부터 함께 살던 외고모할머니가 요즘 들어 잦은 병원 출입 때문에 더 이상 그를 돌볼 수 없어서다.

체험홈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가기에 앞서 자립하는 훈련을 받는 시설이다. 2년 동안 일반 가정집에서 장애인 2~3명이 함께 머무는 형태로 운영된다. 활동보조인이 이들을 돕는다. 하지만 김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시 조례에 집단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만 체험홈에 입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 장애인에게만 문이 열려있던 셈이다. 보호자가 없는 김씨는 결국 시설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동안 담당교사와 함께 김씨의 자립을 돕던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이 관계자는 "체험홈 운영 계획을 보고 재가 장애인(가족과 사는 장애인)도 입주할 수 있다고 봤는데, 조례 때문에 입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식 기관을 통해 의뢰했는데도 입소가 어렵다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19일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최근 김씨처럼 보호자와 함께 가정에서 생활하던 재가 장애인들의 체험홈 입소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 자립 프로그램 이용자도 2015년 86명에서 지난해 13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역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겠다는 장애인들의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한 상황이다. 체험홈 운영을 민간단체에 의존하기 보다 공공기관이 예산을 투입해 직접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또 자립 체험홈에 입소하기 위해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과 지역 체험홈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지역 사회와 함께 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주민센터가 속해있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협력해 체험홈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