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기 건축가
나는 서울에 살면서 지역 문화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1990년대 초부터 골목길 살리기 운동을 해왔다.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며 모 방송사의 '사라져 가는 골목문화' 다큐멘터리에 참여했다.

해방 후 우리 주거문화와 시장골목, 그리고 지명유래와 이와 관련된 텍스트가 먼지처럼 쌓이고, 찢겨져 나간 역사책처럼 남아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후 '내가 하고 있는 건축이 맞나?'하는 의심을 갖고 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지 못하는가 의문을 가지며 '종로구 가회동 북촌마을 가꾸기' 운동을 했다.
강남의 부동산투기 호황으로 한옥들이 잘리고 허물어져 갈 때 몇몇 건축가들과 서울시의 노력으로 지켜낸 것이 오늘날 '한옥마을' 이다. 도시가 점점 복잡해지고 각박한 시대에 자본의 논리와 힘은 문화유산들을 매몰시키거나 짧은 시간에 삶의 근원인 문화의 가치를 파괴하게 된다. 북촌마을과 서촌마을은 정치1번지 이전에 조선 왕조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도시인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도시는 바로 근대문화와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인천이다.
인천은 모든 무역과 통상이 이뤄졌던 중요한 역사적 단서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또 이곳에서 우리가 그 당시에 공급받던 공산품들이 만들어졌고, 우리 주거에 영향을 주었으며 노동집약적인 삶의 흔적과 애환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작고 아름다운 북성포구의 매력은 다른 도시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고기잡이배들의 선상파시가 모습은 장관이다. 도시의 삶을 이어주고 리얼리티가 있는 에너지 그 자체였다. 그리고 따개비처럼 붙어 있는 횟집 골목의 모습은 생명력이 있는 워터피플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이면 노을과 공장에서 태우는 목재 연기의 환상적인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한다. 이런 아름다운 포구가 이제 사라지는 위협에 놓인 상황이 되었다. 갯벌 악취의 원인인 생활하수와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에 대한 원인 해결 없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항로 유지를 위해 퍼낸 준설토를 이곳에 쏟아부어 매립하려는 계획을 내놨다. 그것도 자그마치 약 7만6000㎡ 면적을 덮어 십자굴의 오른쪽 날개를 없애려는 계획이다. 결국 이들은 십자굴 전체를 야금야금 없애려는 의도가 충분히 보인다.

애환과 이야기가 남아 있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자정능력이 없다고 근본 원인해결이 아닌 매립으로 해결하려는데 그 문제가 심각하다. 준설매립에 들어가는 예산은 300억으로, 주변 이해 관계자들에게 보상 및 이전에 드는 비용이 이 중에서 80억으로 책정 발표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고, 기대심리를 자극해 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과 주민과의 마찰을 유도하고 있다.

역사와 자원, 도시재생 측면에서 들여다볼 때 덮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악취가 문제라면 정화설비시설과 물의 흐름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자연순환 방식으로 하여 이곳을 더 아름답게 문화유산으로 가꿔야 한다. 인천해수청과 지자체들은 도시에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자연적인 워터프론트가 얼마나 도시를 아름답게 하면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인가를 모르고 해양도시의 장점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포구나 바다 끝자락을 콘크리트로 덮어씌워 해양도시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무의미한 도시가 되어 다시 복원을 하고 그 구조물을 걷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복하려는 인천시과 중구청과 동구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고양이 모습을 닮았다고 하는 괭이부리마을 그리고 근대시기에 해상통로의 주역으로서 많은 곡식을 실어와 불리워진 만석동. 그런 북성포구를 덮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천시, 중구청과 동구청은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월미도, 북성포구를 특별관광지역으로 하고 인프라를 늘려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대안이다. 지금과 같은 토목공사로 북성포구를 덮어 버린다면, 후대들에게 커다란 기회를 빼앗는 일일 것이다. 북성포구를 매립이 아닌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