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한 모양새의 정당들에 국민 혈세로 돈벼락이 퍼부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원내 6당에 대해 총 421억4200만원의 대선 국고 보조금을 지급했다. 건물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선금부터 주어버리는 식이다. 도중에 후보를 사퇴해도 되돌려 받을 수도 없는 돈이다. 이미 2012년 대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27억원을 '먹튀'한 전례도 있다. 그 돈의 주인인 국민들은 고스란히 당하기만 해야 한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보조금뿐만이 아니다. 매년 정당들에는 500억원 안팎의 정당보조금이 또 지급된다. 과연 이같은 혈세 낭비가 온당한가. 일본이나 뉴질랜드,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정당을 지원하는 돈이 한푼 없지만 민주정치는 잘만 돌아간다.

선관위가 각 정당에 지급한 대선 국고보조금은 의석 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돈이다.
더불어민주당(119석)이 123억57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자유한국당(93석)이 119억8400만원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면 1인당 최대 509억9400만원의 범위 내에서 또 다시 국민세금으로 선거비용을 보전해 준다. 15% 이상을 득표하면 법정 한도 안에서 100%를, 10% 이상 15% 미만 득표자에게는 절반을 보전받는다.

정당보조금이나 선거보조금 모두 계속 지급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물가인상 등을 이유로 국회에서 선거권자 1인당 계상액을 매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600원대 이던 것이 어느새 1000원을 넘어섰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국민이 위임한 입법권을 자기네들 뱃속 채우기에 쓰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적폐청산 과제다.

차제에 정치권에 대한 혈세 퍼주기를 원점에서부터 재고해야 한다. 그 이전과 비교해 우리 정치가 더 나아졌다고 보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교도소에는 정치권 출신들이 끊이지 않는다. 정당보조금은 폐해도 많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론이다. 세금으로 운영비와 선거비용이 주어지니까 당원확장 등 국민접촉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고보조가 오히려 정당과 국민들 간의 거리를 더 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정당보조금이나 선거보조금 중 하나만 남겨야 할 것이다. 또 그 액수나 운영방식은 정치권이 아닌 국민참여형 시스템에 맡겨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