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옆집이 말썽이었다. 옆집 여자가 친구 둘을 초대한 모양이었다. 방음이 좀 안되기로서니 친구를 초대하지 못할 것은 없어서 좀 참기로 했다. 그런데 자정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두시가 되자 데시벨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때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여자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고 소음에 밤잠 설치던 나도 놀랐다. 남자는 '존X 시끄럽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어느 집의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윗집 남자와 옆집 여자의 소음에 항의한 남자가 동일인물인지는 알 수 없고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다만 윗집 '남자'와 옆집 '여자'의 소음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중요하다. 옆집을 발로 찬 '남자'는 소음을 내는 사람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폭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자는 소음 유발자의 잘못이 먼저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의의 '태도'이다. 우선 소음의 크기와 빈도수는 윗집이 훨씬 심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항의의 '태도'가 달랐던 것은 소음을 낸 쪽이 여성, 즉 자신보다 약자임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문을 발로 차고 욕설을 내뱉은 것은 주거공간의 소음 문제를 넘어 혐오정서를 기반으로 한 폭력 행위로 보인다.
정체모를 남자의 혐오정서에 기반한 폭력적 항의 때문에 소음을 유발하지 않은 나는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느낀다. 이 건물에서 마주치는 어떤 남자가 그 남자는 아닐지, 그가 나를 그날 밤의 소음 유발자로 간주할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여성'이기에 폭력을 행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거주공간 #층간소음 #혐오 #폭력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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