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 동반 출전 대학생 박찬훈씨 '스포츠 마케터' 꿈 15년째 키워
▲ 지난달 26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 10㎞ 코스에 동반 출전한 박찬훈(오른쪽) 씨와 설예훈 군이 활짝 웃고 있다.
뇌병변 장애학생과 함께 마라톤에 도전하며 희망을 심어주는 대학생이 있다.

15년째 스포츠 마케터의 꿈을 키워오고 있는 박찬훈(27)씨가 주인공.

박 씨는 지난달 26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특수학교인 인천은광학교 설예훈(19)군과 동반 출전해 나란히 10㎞ 코스를 완주했다.

뇌병변 장애로 사지를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설 군에게 희망을 줄 기회를 찾다가 선택한 것이 마라톤이었다. 이번 대회는 그들의 두 번째 레이스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년 전 박 씨가 프로야구 인천 SK와이번스 마케팅팀 인턴으로 근무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홈경기 땐 주로 경기장 고객센터에서 일했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자주 관람하러 오던 학생이 그날따라 고객센터 앞을 기웃거렸습니다. 알고 보니 보호자 없이 홀로 경기를 보러온 거였어요. 화장실 이용을 못해 도움을 청하러 왔던 거지요. 그 후로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저를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시즌이 끝나갈 무렵 설 군이 박 씨를 찾아왔고, 이번엔 박 씨가 먼저 말을 걸었다.

설 군은 반 년 간 준비해온 학예발표회에 부모님이 올 수 없게 됐다면서 보호자 대신 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 씨는 다음날 오전 흔쾌히 설 군이 참여한 학예발표 연주회장을 찾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제 1회 인하사랑 기부 마라톤대회에 동반 참가하면서 더욱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이들은 책을 기부하고 마라톤에 참가해 5㎞코스를 완주했다. 설 군은 인하대 총장이 주는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박 씨는 "신체활동이 불편한 예훈이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며 "언젠간 휠체어 대신 두 발로 뛰며 마라톤 코스를 완주해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