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AI), 인플루엔자에 의한 가축 전염병이다. 매년 동절기에 발생해 우리 양계농가를 초토화시키는 무서운 가축질병이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최근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3000만마리를 넘어섰고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추산한 양계농가의 살처분 보상금 소요액만도 현재까지 2300억원을 웃돈다. 이번 조류독감의 경우 역대 최단 기간 내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류독감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 서민들의 밥상에서는 계란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계란값 폭등 때문이다. 계란이 예년에 비해 3배이상 올라 금란(金卵)이 됐다고 한다. 이로인해 결국 계란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 중심에는 정부의 무사안일한 책임이 크다. 수 년전부터 해마다 가금류와 구제류의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변변한 대책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가축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지만 정부는 사육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농가들 눈치만 보고 있다. 한국의 양계정책은 단적으로 고도로 밀집된 공장식 축사에서 대량의 닭과 달걀을 싼값에 공급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과도한 보상체계로 인한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도 조류독감 확산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농가는 신고지체, 조기출하, 현장점검 거부 등으로 조류독감을 더욱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고병원성 조류독감 방역 개선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살처분 중심 방역에서 벗어나 백신 투약, 가축사육 총량제, 감금틀 사육 폐지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와함께 후진적인 양계정책의 총체적 변환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나 제시된 개선책은 어제 오늘 나 온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해마다 조류독감에 의한 대참사는 계속되는 것일까. 매년 축산정책이 말의 성찬에 비해 후속조치가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양계농가의 대참사가 매년 반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10년 동안 시행착오도 겪을 만큼 겪었다. 양계정책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농가나 국민 모두 건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