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영 인천 계양구선거관리위 지도담당관
작년 대통령 탄핵소추 때부터 불거진 '가짜 뉴스'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털이나 언론사에서 '팩트 체크'를 앞다투어 실시하고 검경이나 중앙선관위에서도 가짜 뉴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카톡 채팅방 등을 이용해 갈수록 교묘해지는 가짜 뉴스의 전파를 막기에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식당에서 위생 사고가 나면 정상적인 다른 식당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기는 것처럼 가짜 뉴스의 창궐은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76%가 진짜 뉴스를 볼 때에도 가짜로 의심한다고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짜뉴스로 발생하는 사회적 신뢰 저하, 정치적 극단주의 등의 피해가 연간 3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가짜 뉴스에 대한 규제가 권력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우려가 있으므로 언론과 정부의 낮은 신뢰도,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문해력 부족 등 가짜 뉴스가 발생하기 쉬운 우리 사회의 토양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미디어 환경이 개선되거나 대중의 판단 능력이 높아지면 과연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외면할까?

가짜 뉴스는 SNS를 중심으로 유통된다. SNS가 뉴스 콘텐츠의 핵심 유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기성 언론이나 정부의 신뢰가 회복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정확성을 한 개인이 전부 판별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가짜 뉴스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이나 취향에 일치하는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더 잘 믿고 적극적으로 전파하려는 자세를 가진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확증 편향(Confimation bias)'은 인간의 무의식속에 잠재해 극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언론 신뢰도가 높고 시민의 정치의식이 뛰어난 프랑스·독일 등 서유럽 국가도 선거를 앞두고 위세를 떨치는 가짜 뉴스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가짜 뉴스의 근원지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지 않고 그 피해를 막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아직 가짜 뉴스의 개념이 사회적이나 법적으로 정립돼 있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참과 거짓을 판명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역으로 정당한 의혹제기나 비판기사를 가짜 뉴스로 몰아 입막음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명백히 거짓이고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가짜 뉴스는 그 제작자와 유통자를 단속하고 처벌하여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일벌백계(一罰百戒)의 효과는 우리 선거 역사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과거 막걸리·고무신 선거로 대표될 정도로 만연했던 금품·향응제공이 그동안 크게 감소한 데에는 신고포상금을 통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유도도 한 몫 했지만 더불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강력한 법규의 제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일반적인 처벌규정은 없지만 선거와 관련해서는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행위와 비방행위를 규제하고 있고, 가짜뉴스가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 그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후보자 또는 출마예정자와 그 가족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하는 경우에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신고정신이다. 특히 카톡 채팅방이나 밴드와 같은 폐쇄형 SNS로 전파되는 가짜뉴스는 적발이 쉽지 않다. 시민의 적극적 신고를 통해 가짜뉴스의 생산·유포자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식이 자리잡혀야 뉴스가 신뢰성을 되찾고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유포 등에 해당하는 가짜뉴스를 접한 경우에는 국번없이 '1390'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로 신고하면 되며, 신고내용의 중대성과 가치에 따라 최대 5억원의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