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
농경사회에서 가족농, 소농으로 농사일을 하기란 참으로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에 이웃 간 혹은 마을 간에 여러 분야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왔다. 전통적 공동체 협동작업이었던 두레, 품앗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농산업이 발전하면서 농업인 감소와 함께 협동작업은 이제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고, 아울러 농업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와 삶의 환경은 여의치 못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또한 우리의 농촌사회는 유기체적 공동체 조직으로써 마을단위 및 집안에서의 중요한 행사인 제사, 애경사 등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끼리 함께 기뻐하고 슬픔을 나누는 등 서로 돕는 끈끈한 정(情) 문화를 키워왔다. 하지만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른 이촌향도(離村向都) 이후 전통적 농촌사회가 변화하면서 그야말로 공동화(空洞化)가 되어 마을 공동체가 많이 해체됐다.

인심이 각박해지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도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다함께 행복한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삶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인 고령화율이 13.1%인데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은 38.5%, 경기도 농가인구의 고령화율도 32.3%로 매우 높다. 최근 여러 전문기관들이 내놓는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더 급속하게 증가할 추세이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3대 문제가 빈곤, 질병, 고독이라 하는데 특히 농촌지역은 노인에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하고 생활환경도 열악한 상태다. 이처럼 농촌이 급속히 고령화됨에 따라 노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마을 공동체가 존립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농촌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농장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지역의 로컬푸드 판매장, 지역축제, 인근 농산물판매장에 판매해 얻은 수입으로 노인들의 기본생활에 조금 보탬을 드리고,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농촌노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농촌마을 공동농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농촌마을 공동농장 조성지원 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의 부지나 텃밭에 하우스 등의 농작물 생산기반시설을 갖추고 작업장, 휴게실의 공동생활공간을 조성해 농촌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드리고 마을공동체를 형성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도내 5개 시·군 농촌마을에 시범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은 부락을 선정해 공동농장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사업내용은 작물을 재배할 부지를 확보해 비닐하우스, 노지 등에 작업하기 손쉬운 고구마, 마늘, 참께 등을 재배하는 농업생산기반조성과 작업장, 휴게시설, 취사장 등 공동생활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다소 젊은 마을의 지도자들이 공동농장을 체계적으로 운영되게 돕는 한편 생산한 농산물의 브랜드 개발과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농작업 편이장비도 보급하며 건강체조, 노인활력증진 교육 등도 다양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농촌마을 공동농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마을 주민들의 상호 협력과 신뢰가 전제돼야 하며, 공동농장을 이끌어가는 마을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중심으로 리더십 및 역량 또한 중요하다.
이 사업은 일자리 창출 및 농가소득 향상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급속한 농촌 고령화에 대비해 마을 공동체 본연의 역할을 정립하고 활성화하는 근본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공동체가 활성화 된다면 농촌 일자리 창출과 농가소득 향상은 물론 사회적 소외감, 고독감, 소일거리 부족 등의 기타 노인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을 잘 진행해 성공모델이 된다면 농정시책으로 확산해 농촌 어르신들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