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를 맞는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육상에 거치되기까지의 3년, 시간은 길고도 멀었다. 안으로 고이기만 했을 뿐 뱉기도 품기도 어려웠던 시간을 우리는 함께 견디며 차곡차곡 한을 쌓아왔다. 인고의 시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사람이 9명이다. 다행히 '잊지 않겠다'는 맹세는 여전히 높고 푸르다.

안산에서 진행하는 '기억식'과 목포 신항을 비롯, 전국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행사는 전국 각지에서 지난 주간 내내 열렸다. 희생자들을 추모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서 이처럼 불행한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행사일터, 그러나 아직 달라진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안전관리가 그렇게 강조됐음에도 여수지방해양수산청 한 곳에서만 2015년 항행정지 15척 미비사항 131건, 2016년 항행정지 5척 미비사항 207건 등의 안전관리 부실 사례가 적발됐다.

최근 해경이 선박 화물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국 항만서 무자격 화물적재 검수 검량 등 불법 행위를 한 25개 업체 101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커다란 사고들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서울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 최근 잇따라 일어난 대구 서문시장·인천 소래포구 등 재래시장 대형 화재 등 일상 속의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사들도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안전도는 차라리 절망에 가깝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의 안전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71.3%가 '변화 없다'고 응답했다. '악화된 편' 8.3%, '매우 악화된 편' 6.6% 등 더 나빠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의견은 '매우 개선됐다' 1.4%, '개선된 편' 9.3% 등 10.7%에 그쳤다. 이제 남은 것 '잊지 않겠다.'는 국민적 약속을 제도화 할 차례다.

먼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착한 국가, 든든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 정부에 오늘 우리들의 맹세를, 기억을 위임해야 한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 책임 또한 깨어 있는 국민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