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어느 까만밤 … '인천상륙작전'의 길잡이
▲ 팔미도 등대.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국내 최초 등대 … 100년의 임무 완료 후 관광지 돼
일제의 조선 침략 목적이었던 '출생의 비밀'
이제는 자랑스러운 문화재로 우뚝

2009년 첫 개방 … 연안부두서 배로 50분
바닷바람 쐬며 도심서 못하는 '소사나무 산림욕'
어민들이 잡은 싱싱한 수산물로 마침표





일제의 조선 침략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6·25 전쟁을 승리로 이끈 불빛 팔미도 등대.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50분가량 떨어진 팔미도가 당일치기 섬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팔미도는 인천 중구에 위치해 인천항 서방 13.5㎞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해발고도 58m로, 2개의 섬이 모래톱으로 연결돼 있으며 인천만 전체와 주변 해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작전명 '크로마이트' (Chromite)

6·25전쟁 당시 북한군은 빠르게 남진했다. 짧은 시간에 낙동강까지 내려온 북한군에 맞서기 위해 맥아더 사령관은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했다.

인천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 짧은 시간 내에 대형함정의 이동이 어려운 곳이다.

1950년 가을 인천 해안에서 상륙작전이 가능한 만조일은 9월15일, 10월11일, 11월3일과 이 날짜를 포함한 전후 2~3일 뿐이었다. 10월은 기후관계상 너무 늦은 시기로 판단됐다.

D-1. 9월14일 저녁 7시. "15일 0시에 팔미도 등댓불을 밝혀라."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처(Korea Liaison Office), 이른바 켈로(KLO) 부대가 출동했고 치열한 격전 끝에 저녁 10시경 등대 탈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료탱크와 등불 받침을 연결하는 중요 부품이 사라지면서 불을 켤 수 없게 됐다.
약 2시간에 걸친 수색작업 끝에 부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15일 0시12분, 팔미도 등대는 6·25전쟁을 승리로 이끌 빛을 밝혔다.
까만 밤 팔미도 등대 불빛은 작전부대의 길을 안내했다.


▲최초의 등대(1903년 6월1일~2003년 11월30일)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한지 20년이 지난 1903년 6월1일 팔미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등대 불빛이 켜졌다.
같은 날 소월미도 등대, 북장자서등표, 백암등표에도 불이 들어왔다.

등표는 암초 위에 세운 등대 역할의 불빛을 뜻한다. 소월미도 등대가 1963년에 철거되며 팔미도 등대는 국내 유일 유인등대가 됐다.

팔미도 등대는 2003년 100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바로 옆에 세워진 신 등대에 사명을 맡겼다. 2003년부터 점등된 신 등대 불빛은 10초에 한 번씩 깜빡이며 최장 50㎞까지 비출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등대에는 일제가 조선 침략을 목적으로 자유롭게 선박을 운항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아픈 역사가 스며있다.

그러나 팔미도 등대는 인천상륙작전으로 6·25전쟁 승리를 안겨주고, 지금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40호이자 한국등대문화유산 1호로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됐다.

내년에는 4년마다 열리는 국제항로표지협회가 팔미도를 간직한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 봄나들이 섬 관광

머리 위로 흩날리던 벚꽃이 모두 떨어질 때 쯤, 팔미도에는 노란 개나리와 분홍 진달래가 만발한다. 발 밑 여기 저기 피어있는 민들레는 지나가던 행인의 시선을 붙잡는다.

맑은 바닷바람, 탁 트인 시야 그리고 팔미도를 가득 채운 소사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이 배를 타고 먼 곳까지 오는 수고를 잊게 해준다.

팔미도는 2009년 인천 방문의 해를 맞아 민간에 개방됐다. 그전까지 무인도였기에 아파트 화단에 가지런한 개나리와 진달래꽃의 풍경과는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 있다.

팔미도 둘레길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에는 100년 넘은 해송과 대규모 서어나무, 소사나무 군락지가 조성돼 있어 도시에서 체험할 수 없는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신 등대 건물 옥상에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맑은 날에는 송도, 선제도, 대부도, 영흥도, 자월도, 무의도, 영종도 등 서해의 섬들을 볼 수 있다.

주말에 팔미도를 찾는 관광객의 웃음소리가 이곳을 지키던 등대지기와 군 부대원들의 외로움을 녹여주고 있다.


▲ 허기진 배를 달래러

팔미도 둘레길을 걷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나면 배가 출출해진다.

연안부두 종합어시장은 인천어민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바다에서 막 잡아 온 활어 회에 산낙지, 멍게, 해삼, 소라, 꽃게 등을 곁들여 먹은 뒤 매운탕으로 식사를 마치고, 한 조각 새우튀김까지 먹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배가 부르다.

활어회가 지겹다면 연안부두 밴댕이 회무침거리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밴댕이의 독특한 맛은 색다른 해산물의 묘미를 준다. 연안부두에는 이와 함께 아구찜, 해물찜, 게장 등 다양한 산해진미가 기다리고 있다.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일행과 함께 갔다면 연안부두에서 버스를 타고 동인천으로 돌아와 신포국제시장의 먹거리를 찾는 것도 좋다.

그 자리에서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주는 신포닭강정,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든 크리미몰랑 크림빵, 작은 공간에서 먹는 막걸리에 파전, 반죽에 야채가 들어가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신포야채치킨 등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동인천역 7번 출구에서 12번 또는 24번 버스를 타고 연안여객터미널/라이브쇼핑 앞에서 내리면 된다.

자가용을 가져올 경우에는 중구 항동7가 60-1(해양광장 전망대 1층) 또는 58-1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면된다.
팔미도에 가는 배는 현대유람선에서 오전 10시10분, 오후 1시10분, 4시10분 3번 운항한다.

편도로 약 50분 거리이며 당일기상과 조류, 유람선 컨디션에 따라 시간차이가 날 수 있으며, 오후 4시 출항 코스는 예약이 있을 시에만 운항되기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운임요금은 왕복 대인 2만2000원, 중고생 1만8000원, 소인(만2~13세) 1만5000원이며,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30명 이상 단체는 10% 할인이 적용된다.

해넘이 바비큐, 연말 송년파티 크루즈, 1월1일 해돋이 코스는 조기에 예약이 마감되므로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