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본업을 팽개치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폴리페서라고 한다. 5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대목 장이 열렸다고 생각들 하기 때문인가. 중간고사를 앞둔 대학생들은 폴리페서들의 휴강이 반갑다고 하지만 정상이 아니다. 선거 때면 출마하거나 정책자문단에 출근하다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것이 예삿일이 돼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들의 빗나간 욕심이 갈수록 우리 정치와 교육을 함께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곁에 줄을 선 교수만도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제대로 된 브레인들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 많은 교수가 필요한 걸까. 강의실의 제자들이 조금이라도 눈에 밟히는 스승이라면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갈 수 있을까. 이미 한 교수는 사고를 쳤다. 전주의 한 대학 교수가 어느 후보 지지 모임에 172명의 제자들을 몰고 가 식사와 영화관람 대접을 했다가 고발당했다. 알고 보니 그 돈도 지방 특성화 대학에 주는 국가예산이었다. 그 교수를 따라간 학생들은 졸지에 제공받은 금액의 10∼50배에 이르는 과태료까지 물게 됐다.

가관인 것은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자 이번에는 그쪽으로 쏠린다고 한다. 요청을 받고도 미적대던 교수들이 출근하다시피 하고 이미 다른 후보에 이름을 올린 교수 중에서는 "너무 성급했나"하는 자책도 나온다는 것이다.

낯 뜨거운 폴리페서의 전형을 우리는 이미 많이 봐왔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같은 경우는 국가 품격까지 추락시켰다. 엄밀히 말해 교수는 준공무원이다. 대학들에는 엄청난 금액의 보조금이 국민세금으로 퍼부어진다. 그들이 강의실과 연구실을 팽개치고 선거 캠프를 들락거리는 것은 전방의 군인이 잠시 초소를 비워두고 선거판에 가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들의 제자들은 어찌해 볼 수 없는 취업난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울부짖고 있다. 미국은 교수가 공직에 진출해 2년이 넘으면 사표를 내야 한다. 일본도 정무직이나 선출직에 나설 때 교수직을 그만 두는 게 관례다. 연구도 강의도 시원찮은 폴리페서들의 정책 대안이라고 해 보았자 탁상공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디 가서 지식인 행세를 하는 것도 봐주기 안스러운 초상들이다.